NFL 클리블랜드 '0승 16패' 기념 행진에 3천여명 참가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이색적인 퍼레이드가 7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펼쳐졌다.
이날 미국프로풋볼(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홈 구장인 퍼스트에너지 스타디움 주변 거리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수천 명의 팬이 모여 '완벽한 시즌 퍼레이드 2.0'을 지켜봤다.
일반적으로 퍼레이드는 자축의 의미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날 퍼레이드는 올 시즌을 16전 전패로 마감한 NFL 클리블랜드의 '완벽한 패배'를 조롱하는 성격이 강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경찰 추산으로 2천500∼3천200명의 팬이 모였고, 80대의 차량이 '슬픔의 공장'으로 불리는 퍼스트에너지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돌았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한 그룹은 1999년 이후 NFL 클리블랜드를 거쳐 간 28명의 쿼터백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들고 행진했다. 클리블랜드가 '쿼터백의 무덤'이었다는 의미다.
일부 팬들은 2시즌 동안 단 1승만을 거두는 데 그친 휴 잭슨 감독을 재신임한 구단주들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화롭고 유머가 넘쳤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한 그룹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뭘까? 볼만한 풋볼이다. 언제 원하느냐고? 바로 지금"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많은 팬은 머리에 갈색 종이 봉지를 뒤집어쓰고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NFL 클리블랜드는 최근 10년간 38승 122패로 승률(0.238)이 3할에도 못 미친다. 만년 하위권을 맴돈 것도 모자라 올 시즌에는 NFL 역사상 두 번째로 16전 전패로 시즌을 마감하자 팬들이 참다못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자연 발생적인 퍼레이드에 가까웠다. 이번 퍼레이드를 기획한 크리스 맥닐은 철제 계단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영업 사원으로, 평범한 팬이었다.
맥닐은 "다른 지역 팬들은 이 퍼레이드를 비웃을지 몰라도 우리는 퍼스트에너지 스타디움 안에 있는 구단 사람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토니 티모테오는 ESPN과 인터뷰에서 "정말로 항의하고 싶다면 경기장에 가지 말고 시즌 티켓을 취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팀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즌 티켓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경기장에 갈 것이다. 우리는 이 팀이 승리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클리블랜드 선수들은 이번 퍼레이드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디펜시브 엔드인 에마누엘 오그바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퍼레이드에 대해 '우스갯소리'라고 썼고, 팀 동료인 대니 셸턴은 "다른 팀 선수들은 이곳에서 뛰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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