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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했지만 분위기 휩쓸려"…세 번째 자살기도 전 여고생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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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했지만 분위기 휩쓸려"…세 번째 자살기도 전 여고생 구조
광주 북부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 성과…대구 경찰과 공조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실종 신고된 여중생이 살해당한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국 광역시 단위에서는 최초로 실종수사전담팀을 발족한 광주 경찰이 2개월 만에 최대성과를 냈다.
가출 후 세 번째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실종수사전담팀은 지난 1일 가출 후 자살 시도한 여고생을 대구 경찰과 공조수사로 찾아내 가족 품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2학년 여고생인 김소희(가명·17) 양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 30분께 일찍 끝난 학교 수업 직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을 2시간여 동안 애타게 찾다가,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광주 북부경찰서 실종수사 전담팀원들은 당시 '여고생? 흔한 가출 사건이겠지…'라는 생각으로 김양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집 김양 책상 아래에서는 번개탄이, 컴퓨터에서는 '자살사이트', '자살 방법' 등을 검색한 흔적을 발견했다.
책상 구석에선 '엄마 미안…'이라고 적은 쪽지까지 나왔다.
김양은 활달한 성격으로 공부도 곧잘 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최근 성적 고민에 방에서 나오지 않는 등 우울해 했다.
학교 친구들은 김양이 "죽고 싶다"고 자주 말하며 "내가 죽으면 책상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종팀은 단순 가출 의심 사건에서 자살 의심 사건으로 사건 방향이 급변하자 곧장 움직였다.

"빨리 수색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CCTV를 뒤지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김양이 대구 달서구로 이동한 것을 밝혀낸 실종팀은 대구 달서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 주변을 수색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구 경찰로부터 김양의 휴대전화가 꺼진 장소 주변 숙박업소를 샅샅이 뒤졌지만, 김양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연락이 실종팀에게 전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실종팀은 이번 사건을 정식 수사 사건으로 긴급히 전환했다.
긴급통화내용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수사전환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인데, 이는 실종사건을 다루는 실종팀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1일 오후 3시께 김양이 대구에 도착한 후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의 거주지 주소까지 밝혀낸 경찰은 대구 경찰에 재차 수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조 요청한 지 20여 분이 지난 오후 3시 30분께 '제발 살아있어 주길'이라고 기도하고 있던 실종팀에게 대구에서 온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찾았습니다!"라는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양은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대구에 사는 20대 남녀와 연락이 닿아 대구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대구에 간 첫날 김양은 20대 남녀와 첫 번째 자살시도를 한 데 이어 방법을 바꿔 두 번째 시도했으나 다행히 실패로 끝났다.
김양은 20대 남녀와 함께 세 번째 계획을 세우다가 극적으로 찾아낸 경찰의 구조로 어머니 품에 다시 안겼다.

김양은 "나만 없어지면 주변 사람들도 편해지겠지라는 생각에 잘못된 생각을 했다"며 "대구에 간 후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갔다"고 후회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실종팀을 찾아 고마움을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 곤히 자는 딸을 보고 있으니 우리 딸이 무사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며 "딸이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도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경찰은 광역시 단위에서 첫 출범시킨 실종수사전담팀이 2개월 만에 나름의 성과를 내자 이 같은 내용을 경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국 경찰과 공유했다.
해당 글에는 '자랑스럽다', '잘했다, 잘해' 등 무수한 전국 경찰의 격려 댓글이 달렸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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