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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야 오래 산다고?…노화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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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빼야 오래 산다고?…노화의 과학
신간 '늙어감의 기술'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노년은 한때 극소수만이 누리던 특권이었다.
5천 년 전인 청동기시대 인류의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은 18세로 추정된다. 2천 년 전인 로마제국시대는 35세였다.
20세기 초 초강대국 미국의 기대수명은 47세였으나, 오늘날 80세로 100년 사이 거의 두 배로 높아졌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현재 여자 85.4세, 남자 79.3세로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노년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사가 됐지만, 사실은 여전히 인간과 일부 반려동물 정도나 누리는 자연계에선 흔치 않은 특권이다.
노년의 야생 동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건 운 좋게 질병을 피해 살아남는다 해도 달리기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간 '늙어감의 기술'(현암사 펴냄)은 늙어 죽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노후 삶의 질은 천차만별이고 그 선택의 폭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다고 충고한다. 노년의 행불행은 하기 나름이란 것이다.
저자는 40여 년간 획기적인 연구로 노인의학 분야를 개척해온 마크 E. 윌리엄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그는 생물학, 심리학, 문화, 정신적 차원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노화의 비밀을 풀어내며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대개 80세에 이르면 키가 젊었을 때보다 5㎝가량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 체지방이 늘고 변비가 심해지고 근육, 신경세포, 간, 콩팥은 줄어든다. 반면 심장, 간, 췌장, 혈액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흔히 살을 빼야 건강하게 오래 살 거로 생각하지만, 체중을 줄이다 수명까지 줄일 수 있다. 마른 사람이 살짝 비만인 사람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억력, 창의성, 학습능력이 떨어질 거란 생각은 편견이다. 80세 노인 중 절반 이상이 완전히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유지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최대 역작을 72세에 썼고, 바흐, 베토벤, 베르디, 스트라빈스키는 노년에 대표작을 작곡하기도 했다.
늙으면 사회·경제적으로 짐스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노인들은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없을 것이란 생각처럼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다.
막연히 나이가 들면 늙을 거로 생각하지만, 노화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제각각이고 생물학적 나이와 숫자상의 나이는 다르다.
"노인의학 전문의로 수십 년 동안 일하면서 배운 한가지 교훈이 있다면 노화는 천편일률적인 과정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점점 더 차별화되고, 생물학적으로 독특한 존재가 되어간다."
책은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기술도 상세히 알려준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는 없어도 노화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무병장수의 비결을 요약하면 오랜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뿌리치고 몸과 마음에 적절한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우선 유산소운동, 저항운동, 유연성운동, 균형운동 등 적당한 운동으로 몸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균형 잡힌 식단까지 병행하면 금상첨화다.
몸뿐 아니라 마음을 자극해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억력은 사용할수록 좋아지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다. 습관화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가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다. 외국어, 악기 등을 새로 익히거나, 취미나 활동 분야를 넓히고, 컴퓨터 게임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와 분노, 걱정, 불안, 우울증, 비탄, 외로움 등 부정적인 감정은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의 잘 다스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스스로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는 노인에 대해 양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때로 경험과 지혜를 갖춘 존재로 칭송했으나, 무능력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조롱하고 멸시한 경우가 더 많았다.
자기를 더 이상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 바람직한 노후 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생의 완성이자 마지막 관문인 죽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노년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태도가 당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지금 밟아야 할 첫 단계는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고 나이가 들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년의 삶이 품고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제대로 검토해 볼 수 있다."
김성훈 옮김. 376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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