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재인 대통령' 첫 호칭…김정은 남북관계 직접지시도 공개
김정은,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통·대표단 파견 실무대책 지시
파격 조치 나올지 주목…이산상봉·예술단 파견 여부도 관심사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밝혔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직접 챙기며 대남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는 모양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3일 오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3시 30분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날 채널 개통이 김 위원장 지시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또 이날 발표는 리 위원장이 했지만 '김정은 동지의 위임에 따라'라고 명시해 실질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입장을 사실상 대독하는 형식이었다.
특히 리 위원장이 "김정은 동지께서는 신년사에서 밝힌 평창올림픽 참가와 북남관계 개선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접한 남조선(남한)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지지환영한다는 것을 발표했으며, 1월 2일에는 첫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시하면서…(하략)…"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공식 발표나 담화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이름과 직함을 함께 호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불러왔다. 이런 조치는 작은 것부터 남쪽과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리선권은 또 김 위원장이 당 통일전선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에 실무적 대책을 세울데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줬다며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남북관계 개선을 직접 챙기고 세세한 지시까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유일 지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챙기는 만큼 앞으로 올림픽과 관련해서 파격적인 조치들이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우선 대표단장으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며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파견해 사실상 자신을 대리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다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거나 예술단을 파견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이 남쪽에도 많이 알려진 '모란봉악단' 등을 파견한다면 올림픽 흥행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김 위원장의 결심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남쪽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려고 하는 만큼 올림픽 기간에 끼어 있는 설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치시스템 자체가 최고지도자가 마음을 먹기에 따라 어떤 일도 가능한 사회"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방향을 정한 만큼 파격적인 조치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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