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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꾸자] ③ 오프라인보다 더 잔인한 온라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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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꾸자] ③ 오프라인보다 더 잔인한 온라인 폭력
대형참사 피해자마저 조롱…익명성 뒤에 숨어 '인격살인' 횡행
전문가 "주목 경쟁이 원인…인식 개선·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던 온라인 폭력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가혹 행위뿐 아니라 SNS를 통해 집단 언어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중고생이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는 등 학교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폭력이 일상화됐다.
이뿐 아니라 대형참사나 참혹한 사고를 다룬 기사 댓글에도 상상하기조차 힘든 악성 댓글이 달리는 상황이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인 인터넷과 SNS의 활성화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늘도 드리운 셈이다.


◇ 연예인 죽음·참사 희생자마저 조롱하는 온라인 세상
그동안 연예인들은 흉기와 다를 바 없는 온라인 폭력의 쉬운 표적이 돼왔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터라 고소·고발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온라인 폭력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연예인들은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악성 댓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배우 김주혁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남혐'(남성 혐오) 커뮤니티로 알려진 '워마드'에서는 고인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최근 이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18일 세상을 떠난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을 비하하는 댓글이 이어져 공분을 샀다.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참사 피해자마저 조롱거리로 삼아 유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일들이 이어졌다.
지난 3월 큰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이번 기회에 불법 노점상을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에 마음마저 타들어 갔다.
최근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 유가족 역시 '유가족이 갑질을 떤다'는 등 조롱성 댓글에 두 번 울어야 했다.
결국, 한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말도 안 되는 악플이 많아 유가족에게 상처를 더 주고 있다"며 "관련 기사 게시물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처리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 악성 댓글은 '인격살인'…"인식 개선·제도 정비 필요"
온라인 폭력을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확산하며 법원이 가벼운 벌금형 대신 실형을 내린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5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한 여성 배우를 비방·협박하는 글을 트위터에 290차례나 올린 4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016년 6월에는 한 방송인을 성폭행범으로 몰아세우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에게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또 지난해 말 대법원은 국내 최대 규모 장학재단 설립자인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법·제도적 대책 마련을 동시에 주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익명성 탓에 자기 안에 억제된 분노나 억울함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악플은 접근에 제한이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피해가 크고 심각하다"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행위를 책임지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악성 댓글 문제의 원인을 '주목 경쟁'이라고 짚었다. 자극적인 댓글을 달아 타인의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세우려는 심리가 이런 행동의 밑바닥에 깔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주목 경쟁에서는 '누가 더 혐오를 발산하느냐'가 하나의 경쟁 요소가 됐다"면서 "확고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기사 등에 악플이 달렸을 때 제재를 가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폭력 피해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도 있다.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와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익 봉사 변호사 100명과 온라인 폭력 피해자에게 무료 온라인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문화 개선을 위한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폭력적인 댓글에는 '댓글 접기' 운동에 나서면서 자정 노력을 하기도 한다.
민병철 선플재단 이사장은 "악성 댓글은 누군가의 생명까지 빼앗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제도적 규제와 더불어 포털에서 신고가 접수된 게시물을 신속하게 블라인드 처리해 확산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y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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