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계, 내년 3월 총선 앞두고 설전 '후끈'
베를루스코니 "오성운동은 경험 부족"…디 마이오 "우리 공약 베끼지 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년 3월4일로 확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치권이 날선 공방을 주고 받으며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우파연합을 이끌고 내년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는 29일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중도 좌파의 실패로 이번 총선은 우리와 오성운동의 대결이 됐다"며 오성운동을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대표를 맡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내년 총선은 우리와 같은 온건파와 그릴로의 추종자와 같은 반체제적이고, 빈곤을 영속화하는 자경단의 2파전이 될 것"이라며 오성운동은 집권을 하기엔 너무 경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최근 공개한 '존엄 수당' 공약이 오성운동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공약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응수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27일 1천500만 명의 이탈리아 빈곤층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존엄 수당'을 신설하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청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총선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러나 디 마이오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우리는 밀턴 프리드먼 등 위대한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견해를 참고했다"며 "누군가의 의견을 베꼈다면, 오성운동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공방과 관련,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당을 주겠다는 공약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하며 "이탈리아는 '일자리'를 창출해야지, '원조주의'에 매몰돼서는 안된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우파 연합의 주도권 다툼 와중에 최근 당명에서 '북부'를 떼고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L) 대표도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동맹당이 참고할 본보기로 꼽으며, "모두가 우리에게 반대하는 것 같지만, 대중이 우리와 함께 한다"며 선거 운동의 시동을 걸었다.
한편, 내년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가 극우성향의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은 현재 약 33%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좌와 우로 나뉜 기존 정치 질서를 부정하며 2009년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가 창당한 오성운동은 27∼28%의 지지율로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세를 얻고 있다.
집권 민주당은 연초부터 이어진 좌파 거물급 인사들의 이탈로 분열을 겪으며 지지율이 23∼24% 선으로 하락했고, 소수 중도 정당과 연합하더라도 지지율이 26∼2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우파 연합이 최다 의석을 얻더라도 과반 의석에는 훨씬 못미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이탈리아는 총선 이후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정치 불안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