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양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풀리지 않는 3가지 의문
내연녀 어머니 최종 진술과 초기 진술 엇갈려…살해 의심
매장 8개월 뒤 거짓 신고, 왜?…내연녀 공모 여부 의구심 커져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은 한창 부모 사랑을 받을 나이에 차디찬 땅속에 묻혔다.
범인은 다섯 살배기가 믿고 따랐던 친아버지 고모(36)씨와 내연녀 이모(35)씨의 어머니 김모(61)씨였다.
고씨는 서서히 옥좨오는 경찰 수사에 압박감을 느껴 지난 28일 오후 8시께 "숨진 아이를 야산에 유기했다"고 실토했다.
두 사람은 "아이가 이미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준희양이 단순 사고로 숨졌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범행에 가담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종 신고를 접수한 시점도 의문으로 남는다.
◇ 내연녀 어머니 진술 달라…살해됐을 가능성 없나
고씨는 준희양이 입에서 토사물을 쏟은 상태로 이미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밝힌 준희양 사망 시점은 올해 4월 26일 오후다.
고씨는 "병원 진료를 부탁한다"며 김씨에게 준희양을 맡겼고,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을 먹이고 재웠다고 한다.
잠을 자던 준희양은 기도가 음식물에 막힌 채로 방치돼 오후 11시께 사망했다는 게 경찰이 발표한 고씨와 김씨 진술이다.
하지만 김씨 초기 진술은 달랐다. 그는 28일 경찰 조사 당시 준희양이 '무언가에 부딪혀 쓰러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정리된 진술과 초기 진술이 다른 점은 '다른 사인'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준희양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준희양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는지 사고로 죽었는지 알 수 없다"며 "이미 시신에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육안으로 훼손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매장 8개월 후 뒤늦게 거짓 실종 신고…왜?
고씨 내연녀 이씨는 이달 8일 "준희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이씨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아이가 없어졌다. 별거 중인 아빠가 데리고 간 것 같아서 그동안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
고씨와 김씨가 숨진 준희양을 군산 한 야산에 30㎝가량 땅을 파고 매장한 지 무려 8개월이나 지난 시점이다.
경찰은 이들이 평소 준희양에게 무관심했다는 정황을 들어 아이가 없는 상황에 익숙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족은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원룸에서 김씨와 함께 거주하던 준희양을 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달장애에다가 갑상선 저하증을 앓고 있던 준희양을 병원에 제때 데려가지 않았고, 지난 3월 30일 이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았다.
그런 만큼 준희양이 사라진들 가족 일상에 큰 변화가 없었고, 점차 가족들 기억에서 지워서 '위장 신고' 시기가 늦춰지지 않았겠냐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와 함께 증거를 인멸할 시간과 두 사람이 입을 맞출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추측도 설득력을 얻는다.
◇ 내연녀는 개입 안했을까…경찰 "상당히 의심 가"
경찰은 범행을 공모한 고씨와 김씨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아직 내연녀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범행 과정에 이씨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씨, 김씨와 함께 준희양 양육·보호 의무를 갖는 이씨가 준희양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상식적이다.
경찰도 이씨가 준희양 유기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연녀에게 상당한 의심이 간다"며 "지난 8일 경찰에 거짓 신고한 부분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고 보고 있고, 이번 사건에 개입한 정황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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