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세월호 지킴이 김영 경정 "사명감으로 현장 지켜"
"해경으로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미안함 늘 가슴에 남아"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한 명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미안함이 컸어요. 우리는 무조건 가족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켰죠."
2014년부터 4년간 세월호 참사 현장을 지킨 김영 전 목포해양경찰서 수사과장(60·경정)이 29일 퇴임했다.
1981년 11월 해양경찰에 입문한 지 36년 만이다.
김 전 과장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정보계장으로 있던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200일 넘게 팽목항에 상주해 희생자 가족들 사이에서 '이장님'으로 불렸다.
그는 "당시 해경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건 당연했다. 가족들이 의자와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했지만 나 역시 가장으로서 그것밖에 할 수 없는 가족들이 안타까워 묵묵히 수용하자고 후배들을 다독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과장은 대신 현장에서 '정보 경찰관'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희생자 가족들을 도왔다.
당시 참사 초기 안내방송 시설조차 없는 열악한 현장에 가족들이 계속 모여들면서 정보관들은 가족 요구 사항을 정부 대책반에 알리고 조치 결과를 다시 가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담요가 부족하고 물이 안 나오는 문제 해결에서부터 사고 해역에서 인양된 희생자를 맞는 가족의 손을 잡아주는 일까지 도맡았다.
희생자 시신이 나오면 가족 텐트 하나하나 모두 찾아다니며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올라왔는데 짚이는 데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나와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김 전 과장과 그의 동료들을 바라보던 희생자 가족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고 김 전 과장을 '팽목 이장'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김 전 과장은 2014년 11월 정부가 수색 중단을 선언하고 진도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팽목항 분향소를 수시로 찾으며 가족들과 만났다.
올해 세월호 선체가 목포로 인양된 이후에도 목포신항 선체 수색 현장을 지키며 가족들과 함께했다.
그는 "꼭 인양될 것으로 믿었다. 국가에서 한 약속이니 안 지킬 수가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마음고생 한 가족들 생각에 선체가 올라올 때도, 한 명씩 수습될 때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미수습자들의 영결식에 참석해 못다 핀 채 사라진 학생 4명을 보내는 길에 직접 조화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열린 퇴임식에는 단원고 조은화양과 박선균군 가족이 멀리 안산에서 내려와 자리를 지켰다.
허다윤양의 가족도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했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해양경찰관으로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늘 가슴 한쪽에 남아 있다"며 "모든 안전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우리 형제, 부모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비겁하거나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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