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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숨은 명물 '양주병 위 여학생 像' 비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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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숨은 명물 '양주병 위 여학생 像' 비밀을 아시나요
도시재생 사업 현장 '눈길'…소박하지만 만만찮은 주민 열정 '물씬'
적산가옥 등 근대 건축물 리모델링 재단장…테마거리 조성·상권 활력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군산 시내 월명동의 한 길모퉁이에는 다소 생소한 모습의 여고생 동상이 서 있다.
옛날 교복 차림으로 모로 누운 양주병 위에 선 이 여고생은 머리 위로 공을 하나 들고 있다.



양주병은 한때 군산의 자랑이었던 주류회사 백화양조의 '베리나인'으로, 이곳이 백화양조 터였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공은 줄무늬는 농구공 같은데 흰 색깔이나 작은 크기는 배구공 같아 정체가 애매하다.
도시재생 프로젝트 활동가인 이길영씨는 이 공에 숨겨진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과거 이 동네에 여학교가 많아서 여고생 동상을 만들기로 했는데 당시 학생들이 잘했던 운동 종목을 두고 할머니들끼리 싸움이 붙었어요. '농구를 잘했다', '배구를 잘했다' 옥신각신하시길래 작가가 '그럼 농구공과 배구공 중간쯤 되는 공이 어떠시냐'고 했죠. 그래서 공이 이렇게 됐습니다"
이 동상은 지역 주민들이 주인이 돼 이끌어가는 군산시 도시재생의 유쾌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곳이 초원사진관이나 일본식 가옥처럼 군산의 '핫플레이스'는 아니지만 동상은 관광객의 발검음을 끌기에 충분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었다.
작가 선정은 행정기관이 하되 작품 내용은 전적으로 주민들이 결정하게 했기에 나온 결과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 출입 기자들이 둘러본 군산의 도시재생 현장 곳곳에서는 주민들의 소박하지만 만만찮은 열정이 느껴졌다.
군산 구도심 지역(46만6천㎡)은 2014년 국토부의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돼 국비 100억원과 지방비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이 투입돼 도시 재생이 이뤄졌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고우당', 동국사까지 이어지는 구도심은 적산가옥 등 근대 건축 유산이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재단장됐고 테마거리가 조성됐다.
관광객이 다시 군산을 찾으면서 협동조합 등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상권도 활력을 찾았다.


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시간여행 마을의 유료 방문객은 2015년 81만5천여명에서 2016년 102만6천여명으로 25% 이상 증가했고, 월명동과 영화동의 건축 신고 및 허가 건수는 2014년 8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14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여학생 동상과 같은 도시 조형물은 주민들의 워크숍 등을 통해 토론을 거쳐 설치 장소가 결정되고 제작에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도시 재생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14년 설립된 군산 도시재생대학을 수료한 주민은 8월 기준으로 255명을 기록했다.
군산의 도시 재생은 내년까지 계속된다.
기자들이 찾은 '우체통 거리'는 명품 카페거리로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이곳은 기존 여행객들의 관광 경로와는 다소 떨어져 있어 관광 수요가 높지는 않았지만 도시 재생을 통해 점차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주민들은 군산우체국이 근처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우체국 창고 속에 잠들어 있던 우체통 60여개를 꺼내 거리의 상징물로 만들었다.
도시의 예술가들이 저렴한 수준의 보수를 받고 우체통들을 형형색색의 조형물로 바꿨다.


주민들은 군산시와 경관협약을 맺어 주차장은 없애고 가게 앞에 화단을 배치하는 등 마을 경관의 질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도시재생 지역에서 경관협약을 맺은 곳은 다른 데서 보기 어렵다"며 "이를 통해 도시재생이 끝난 이후에도 이 마을은 계속 통일성 있는 경관을 유지하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지로도 선정됐다.
기존 도시재생선도지역 인근 진포해양테마공원부터 수협창고까지 이어지는 해안가와 폐철도를 중심으로 한 14만4천621㎡가 신규 사업지다.
이곳은 평소 관광객은커녕 인근 주민들도 잘 찾지 않는 곳이다.
군산시는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폐선철로 1만2천500㎡는 선형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한국선급 건물은 해양전망대와 카페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푸드트럭 지역과 글램핑존 등 숙박시설도 설치되고 공영주차장도 마련된다.
군산시 관계자는 "도시재생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서 자신 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바닷가에는 젊은층이 모여드는 멋있는 수변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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