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 볼보 상용차사업 대주주 된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저장지리(浙江吉利·Geely) 자동차가 스웨덴의 트럭·버스 제작회사인 볼보 AB의 일부 지분을 32억4천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지리 자동차는 세비안 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8.2%와 15.6%의 의결권을 인수하기로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날 밝혔다. 지리 자동차는 이에 따라 볼보 AB의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볼보 AB가 지난 1999년 승용차 사업부를 미국의 포드 자동차에 65억 달러에 매각한 이후 볼보 승용차와 상용차 부문은 소유구조가 분리된 상태다.
지리 자동차는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 승용차 사업부를 18억 달러에 인수,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 회사가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기술 사업에 주력토록 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지리 자동차는 최근 상용차와 양산형 승용차는 물론 프리미엄과 럭셔리 승용차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브랜드 다변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볼보 AB의 지분 인수는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이다.
지리 자동차는 지난 5월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의 지분 51%를 취득했고 말레이시아의 국민차 회사인 프로톤의 지분 49.9%도 사들인 바 있다.
2012년 런던 택시회사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국내에 상용차 전문기업 위안청(遠程)을 설립한 것은 상용차 부문도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중국 상용차 시장은 올해 1~11월 15%의 성장률을 거둬 승용차 시장의 성장률 2%를 압도했다. 지리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상용차 투자를 늘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리는 올해 1~11월에 거의 11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국내업체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가 늘어난 것이다.
지리가 볼보 AB 지분을 인수한 것은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해외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는 예외로 취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딜로직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자동차 업계가 투자한 해외의 자동차 관련 자산은 지리 자동차의 볼보 AB 지분 인수를 제외하더라도 무려 340억 달러에 이른다.
투자의 대부분은 자동차 부품 쪽에 집중됐고 국유화학 회사인 중국화공이 2015년 이탈리아의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78억6천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규모 면에서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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