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건물주 입 닫고 관리인 풀려나…수사 차질
화재 원인 가장 잘 알 수 있는 관리인 영장 기각돼
건물주 구속 이후 묵비권 행사…불 번진 과정 못 밝혀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건물주가 구속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는 데다 화재 원인 규명의 열쇠를 쥔 건물 관리인마저 풀려나 수사 차질이 예상된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3)씨는 지난 24일 경찰에 체포된 뒤 변호사를 선임하고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화재 원인이나 불이 난 뒤 불길이 건물로 번진 상황, 화재 당시 건물 내 인력 배치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하루 전인 지난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유치됐던 제천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에 "유족에게 죄송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조사에서는 여전히 일관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 발생 규명의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이는 건물 관리인 김모(50)씨까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났다.
법원은 "피의자 지위나 역할, 업무, 권한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주의 의무가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불이 난 지난 21일 최초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한 김씨가 이번 화재 원인을 밝혀줄 유력 인물로 보고 있다.
불은 그가 천장 작업을 한 얼마 뒤에 났다.
그가 얼음을 제거하기 위해 천장에 설치된 열선을 손으로 건드린 것이 합선 등을 통해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그가 구속되면 집중적으로 추궁해 화재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계획이었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밝혀줄 핵심 인물인 김씨 신병 확보에 공을 들인 이유는 그의 진술이 오락가락해서다.
김씨는 지난 22일 1차 참고인 조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날 천장에서 작업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그러다가 경찰이 CC(폐쇄회로)TV 화면 등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뒤늦게 "얼음을 깨는 작업을 했다"고 털어놨다.
얼음 깨는 작업도 처음에는 도구 없이 손으로 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는 무릎으로 깼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김씨는 '열선을 펴는 수작업을 했다'고 또다시 말을 바꿔 경찰 수사에 혼선을 빚게 했다.
김씨의 신병을 확보, 화재 원인을 규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찰은 당혹해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연히 발부될 것으로 예상했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며 "증거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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