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전거공유업체들 영국서 고전…낯선 여건에 인건비도 과중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영국에 진출한 중국의 자전거 공유업체들이 낯선 사업 여건 속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중국의 많은 도시에 자전거 홍수를 일으킨 양대 업체 오포와 모바이크는 최근 영국과 유럽에서 자전거 공유사업을 개시했다. 특히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고 자전거 인기가 높은 영국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영국 시장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았다. 자전거 공유 사업에 관한 기초적 입법이 없는 탓에 이들 업체는 런던의 32개 자치구와 개별적인 협약을 맺고 전국 각 도시 당국과 일일이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했다.지자체를 상대로 한 수개월의 협상 끝에 오포는 3개 도시와 런던의 3개 자치구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모바이크도 3개 도시와 런던의 2개 자치구와 겨우 협약을 맺었을 뿐이다.
도시의 어느 곳에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업 개념은 IT분야에서 차세대 유망사업을 찾고 있던 투자자들에게는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자전거 공유사업 자체는 노동 집약적인 성격이 강했다.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막후에서 강도 높은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과 후 음식 배달을 하고 있던 한 영국 청소년은 보수가 높다는 이유로 알바 직종을 바꾸었다. 그는 시간당 9.45파운드의 돈을 받고 시내 곳곳에 버려진 자전거들을 모아 회사가 지정한 허브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학생은 무단 유기됐거나 고장난 자전거가 있을 경우에는 주말마다 고객 서비스 보고서를 처리해야 한다. "오포는 혁신적인 신기술 기업이지만 많은 노동이 투입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자전거 공유사업은 많은 자금 동원도 요구한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영국에서 자전거 공유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국의 IT 대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수억 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영국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맹그로브 캐피털 파트너스의 마크 틀루시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회사가 어떻게 수익을 낼지 알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포와 모바이크는 이용자와 자전거 운용대수, 비용 등은 밝히려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추지는 않았다.
오포 영국·아일랜드 법인의 제너럴 매니저인 조지프 실드라이버는 케임브리지시에 450대의 자전거를 배치하고 있고 운영 인력은 23명이라고 말했다.
모바이크는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제휴사가 파견한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 영국 법인의 제너럴 매니저인 스티브 파이어에 따르면 자전거 1천대당 10~15명의 인력이 매달린다고 한다.
모바이크의 크리스 마틴 국제사업 담당 부사장은 적기, 적소에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도시에 조직을 두고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 직원과 운송협력사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전거 공유업체의 직원들은 허가를 받지 못한 지자체의 관할 구역에 자전거가 방치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싱가포르의 자전거 공유업체인 오바이크가 당국의 처벌을 받은 것이 타산지석이다.
런던 서남부의 원즈워스 당국은 지난 8월 관할 구역에 많은 자전거가 버려졌다는 이유로 오바이크 소유의 자전거 130여대를 압류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가 지난 9월 런던시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모바이크의 마틴 부사장은 런던의 각 자치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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