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때 연기·유독가스 역류…집단 질식사 원인 추정(종합)
소방합동조사단 확인…"배연창 작동 안 돼 연기 배출 못해"
배연시설 안전 점검 소홀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원
(제천=연합뉴스) 윤우용 전창해 기자 = 29명이 사망한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당시 건물 내 연기와 유독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배연창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화재 당시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다시 밑으로 역류, 2층 여성 사우나에 갇혔던 20명을 비롯해 건물 내 희생자들이 집단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 의혹을 규명 중인 소방합동조사단 관계자는 27일 "스포츠센터 7층과 8층에 설치된 배연창이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배연창은 가로 40∼50㎝, 세로 70∼80㎝ 크기다.
이 관계자는 "배연창이 층마다 몇 개씩 설치됐는지는 설계도면을 봐야 하는데 어제 확인한 것은 7층과 8층 각 1개"라고 전했다.
이어 "배연창은 화재 감지센서와 연동돼 자동으로 개폐되는 것인데 화재 당시 안 열렸다. 스위치가 꺼진 오프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배연창이 작동되지 않는 바람에 1층부터 올라온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거꾸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건물 내 화물 승강기, 엘리베이터, 배관망, 계단이 있었는데 이를 타고 올라온 연기가 배연창이 막히면서 밖으로 배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2층 여자 사우나 내부에 큰 화염 없이 연기만 꽉 찼고, 이로 인해 20명이 연기에 질식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나온 소방 전문가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건축법상 운동시설을 비롯해 6층 이상의 다중생활시설에는 배연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배연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안전점검에 소홀했을 때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그는 또 "필로티 주차장에는 위층으로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 셔터가 없었고 자동 스프링클러도 없었다"고 했다.
위법 여부는 추후 규명해야 하겠지만, 안전장치가 부족해 불길이 쉽게 번졌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CCTV에서 주차장 천장에서 불덩이가 확 떨어지면서 퍼진 것과 관련 "천장 안에서 '훈소' 상태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치솟은 것"이라며 "천장 안에서 연소가 상당 시간 진행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훈소란 온도가 낮거나 산소가 부족해 불꽃 없이 서서히 타들어 가는 것을 말한다. 서서히 타들어 가기 때문에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지난 26일부터 유족들이 제기해온 소방대의 늑장 구조 논란과 방화시설 공사의 적정성 등을 조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7일에는 13명의 조사단원이 2차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은 화물용 승강기 부분과 방화재료를 제대로 썼는지를 집중해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