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선 건드린 게 화근…제천 참사 좁혀지는 발화 원인
"도구 없이 얼음 제거" 관리인 진술 토대로 경찰 추론
관리인 진술 번복…2개월 뒤 국과수 결과서 밝혀질 듯
(제천=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지 엿새째가 됐지만 발화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발화 지점인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한 지 50분 뒤 발화했고, 작업에 별다른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관리인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패널에 붙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천장에 있던 보온등이나 열선을 끌어내린 뒤 그대로 둔 것이 과열돼 패널을 덮고 있던 스티로폼이나 보온용 천을 태우면서 불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를 낸 이 화재는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센터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불덩어리가 천장에서 주차 차량 위로 쏟아지면서 불길이 번졌다.
경찰은 주차장 천장 안쪽의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진 후 50분 뒤 큰불이 시작됐다는 점을 토대로 불이 나기 전 천장에서 얼음 제거를 한 관리인 김모(50·구속영장 신청)씨를 추궁했다.
김씨가 얼음을 제거할 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찰은 천장 내부 보온등이나 열선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온등이나 열선 모두 천장 내부의 하수도 배관이 얼지 않게 열을 내는 기능을 한다.
이 건물 천장 안에는 상당히 많은 보온등과 열선이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런데도 내부 온도가 고르지 않아 천장 패널에 얼음이 얼고 밖으로 새어 나온 물로 생긴 고드름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천장 배관 누수로 인해 생긴 고드름이 떨어져 주차 차량이 파손되는 것을 막으려고 김씨가 천장 패널을 뜯고 얼음 제거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장 내부 보온등과 열선이 있었는데도 얼음이 얼 정도로 내부 온도가 고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천장 안으로 들어간 김씨가 얼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불을 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패널을 두드려 얼음을 떼어냈다고 얼버무리고 있지만 김씨가 무엇인가 자백하지 않는 게 있을 수 있다.
경찰은 김씨가 잘 떨어지지 않는 얼음을 녹이느라 보온등을 끌어내렸거나 열선을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얼음이 녹은 뒤에도 보온등이나 열선을 제자리로 옮겨놓지 않았다면 과열되면서 패널 위에 얹힌 스티로폼이나 보온용 천에 불이 붙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만약 김씨가 열선을 건드리는 과정에서 오래돼 피복이 벗겨진 부분이 누전돼 합선되며 불꽃이 튀었을 수도 있다.
경찰은 이런 추론을 토대로 김씨를 추궁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천장 내부 구조조차도 김씨가 진술을 오락가락하는 탓에 확인하지 못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천장 작업을 한 관리인 진술을 토대로 발화 원인을 합리적으로 추론하고 있다"며 "불이 나기 전 1층 천장 내부 구조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걸 알아야 보온등이나 열선을 건드렸는지가 규명돼 분명한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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