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신동'…재능 조기 발견했지만 관건은 후천적 노력
오상은 아들 준성 군, 고교생·실업선수 이겨 화제
유승민 IOC 위원 "조기 입문 도움되지만, 성공은 집념"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탁구 국가대표 출신 오상은(40)의 아들 오준성(오정초 5년)이 국내 최고 권위의 탁구 대회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탁구 신동'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초등학생인 오준성이 22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대회에서 남자 단식에서 고교생 형과 실업선수 삼촌을 잇달아 물리치며 3회전에 오른 것이다.
초·중·고, 대학, 일반 구분 없이 남녀 각각 일인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초등생이 3회전에 오르고, 실업선수를 꺾은 것은 처음이다.
오준성에 앞서 여자탁구 신유빈(청명중 1년)도 '탁구 신동'으로 불렸다.
신유빈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 이 대회 단식 1회전에서 대학 선수를 꺾으며 탁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탁구 신동'이라는 호칭이 처음 붙여진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유 위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한국 탁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의 눈도장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 1등을 놓치지 않았고, 5학년 때에는 6학년 형들과 맞붙어 1년 동안 한 세트도 뺏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함을 보였다.
현정화(렛츠런) 감독이나 유남규(삼성생명) 감독 등 한국 탁구의 한 획을 그었던 이전 세대들은 오히려 '탁구 신동'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탁구 신동'에 대한 기준은 없지만, 대개 초등학교 때 붙여진다.
유 위원은 이미 4학년 때 전국 대회를 평정했고, 신유빈과 오준성은 고교생, 대학생, 실업선수를 꺾었다.
이들과 비교하면 현정화·유남규 감독 등은 초등학교 때에는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탁구를 시작한 시기가 지금 세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김택수 한국 탁구대표팀 감독은 "요즘에는 탁구를 일찍 시키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이지만, 우리 때만 해도 3~4학년 때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들은 늦게 탁구 라켓을 잡다 보니 빨라야 중학생 때 재능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해 일찍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신유빈도 오준성도 5~6살 때부터 탁구를 시작했다. 유 위원만 해도 본격적인 시작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지만, 7살 때 탁구 라켓을 처음 잡았다.
신유빈과 오준성은 여기에 더해 탁구 선수 출신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다.
최근 들어 탁구를 일찍 시작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다른 종목보다도 탁구는 예민한 감각 운동"이라며 "얼마나 빨리 감각을 느끼고 익숙해 지냐에 따라 발전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탁구 감각을 빨리 몸에 익힐수록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도 때문에 일찍부터 시작한다는 분석도 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탁구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그렇다고 성공 여부를 가름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다.
유승민 위원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능사는 아니다"라며 "결국 자신의 재능과 집념에 따라 성공 여부는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을 물리치고 세계 정상에 올랐던 현정화·유남규 감독 세대들이 지금에 비하면 늦게 라켓을 잡고도 세계를 제패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변을 보면 체계적으로 일찍 시작하는 지금 환경은 '탁구 신동'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 최강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한국 탁구를 앞지르고 있는 일본에도 많은 '탁구 신동'이 있다.
히라노 미우, 이토 미마, 하리모토 토모카즈 등 일본의 10대들은 일찌감치 세계 무대에서도 성적을 내면서 '탁구 신동'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탁구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는 우리가 지금 '신동'이라고 부르는 정도의 실력을 갖춘 어린 선수들이 널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등학교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어린 유망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기 때문에 탁구 저변도 넓고, '신동'들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