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항마' 야권지도자 나발니, 대선출마 첫 관문 넘어(종합)
1만5천명 이상 유권자로부터 후보 추대 받아…선관위에 후보등록 서류 제출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1)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AFP·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나발니는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20개 도시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대선 후보로 추대됐다.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북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르기까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추대 집회에 나온 나발니 지지자들은 그를 내년 3월 18일 치러지는 대선에 후보로 내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선거법상 무소속 출마 후보자는 500명 이상 유권자들의 추대를 받아야 하는데 나발니는 전국 집회에서 1만5천 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소유주들의 거부로 다른 장소를 임대하지 못해 모스크바 북서부 자연공원 '세레브랸니 보르'에서 열린 모스크바 집회에선 742명이 나발니의 대선 출마를 지지했다.
모스크바 집회에 참석한 나발니는 연설에서 "전국의 훌륭한 유권자들 덕분에 대통령 후보로 서게됐다"면서 "우리는 이 선거를 이길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이 나라에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통치에 대한 대규모 지지는 없다"며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진짜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짜 후보를 허용하지 않는 선거 운동을 인정할 수 없으며 (당국이) 우리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시도할 경우 파업(선거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집회 이후 나발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대선 후보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선관위는 5일 이내에 후보등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선 후보로 등록된 무소속 출마자는 다시 전국에서 유권자 30만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앞서 러시아 선거당국은 나발니가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그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발니는 그러나 유죄 판결이 정략적이었으며, 헌법상 징역형을 사는 사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자신은 집행유예 상태여서 입후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해온 나발니는 반(反) 푸틴 불법 집회를 기획한 혐의로 올해에도 15일, 25일, 20일의 구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은 4기 집권을 위한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해 2024년까지 통치하면 30년 이상 권좌를 누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내년 대선에서 그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나발니는 정부의 견제와 언론의 외면을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돌파,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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