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사회주의적 현상 섬멸전"…대대적 사회단속 예고
김정은 "법기관, 강한 행정·법적 제재 가해야"…당 기층조직 세대교체도 시사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5년 만에 열린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를 통해 내부적인 사상전 강화와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및 사회적 '숙정'(肅正) 작업을 사실상 예고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제재 수위를 높이며 대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이완을 막고 체제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3일 대회 마지막 날 '당 세포를 충성의 세포, 당정책 관철의 전위대오로 강화하자' 제목의 연설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일대 혁명적인 공세'를 벌이는데 대해 언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은 도박이나 사기, 매춘 등 일반범죄뿐 아니라 고리대 등 불법영리 활동, 미신행위, 서구식 복장, 한국가요 애창 및 영화 시청 등이 두루 포함된다.
이런 현상은 북한에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자신이 망명을 결심한 주요 이유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시청을 꼽으면서 "주민도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덮어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연설에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지금 미제와 적대세력들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책동과 제재압살 책동을 전례 없이 강화하는 것과 함께 우리 내부에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 독소를 퍼뜨리고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을 조장시키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들이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조장시키기 위해 책동하는 목적은 우리 내부에 정치적 불안정과 혼란을 조성하며 당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를 허물어버리고 사상의식을 마비시켜 우리식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데 있다"면서 "전당의 모든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이 자기 부문, 자기 단위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 높이 벌려 나가며 비사회주의적 현상과의 투쟁에 근로단체조직들을 적극 발동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직업총동맹·여맹·농근맹·청년동맹 등 근로단체 조직을 단속과 검열 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지시한 셈이다.
이들 근로단체조직은 지난 10월 열린 제7기 2차 당 전원회의에서 조직지도부장이 된 것으로 보이는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맡아 왔었고, 현재는 최룡해 측근인 최휘 당 부위원장과 리일환 당 부장이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최룡해가 북한 내 숙정작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연설에서 "세포위원장들이 사람들의 사상정신 상태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사상전을 힘있게 벌릴 데 대하여 언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의 사회주의 문화예술이 부르주아 반동문화를 압도해야 사람들이 적들의 문화에 대하여 환상을 가지지 않게 되며 제국주의자들의 사상문화침투를 짓뭉개버릴 수 있다"며 인민과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명작'을 많이 창작할 것을 지시했다.
외국의 문화적 침투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해 북한의 문화예술작품들을 통한 '사상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당에 대한 충실성이 높고 실천력이 강하며 품성이 좋고 대중의 신망이 있는 핵심당원들로 세포위원장 대열을 튼튼히 꾸려야 한다"고 말해 노동당의 기층조직도 대대적으로 손을 보고 이들을 앞세워 사회적 숙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법기관들에서는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사소한 요소에 대해서도 계급적으로 예리하게 대하며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저해하고 해독적 작용을 하는 위험한 행위에 대하여서는 강한 행정적, 법적 제재를 가하여야 한다"고 말해 강력한 사법적 조치도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런 조치가 김정은 체제 이후 활성화하고 있는 시장의 기능을 위축시켜 가뜩이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서 이미 대부분의 시장은 국가의 통제 속에서 운영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이 통제 밖에서 운영되던 소규모 시장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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