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가소서" 제천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추모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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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제천사람이라면 한 두 명만 건너면 희생자와 인연 안 되는 사람이 없어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 된 것처럼 비통한 분위기입니다"
23일 오전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
일렬로 놓은 희생자들의 영정은 대부분 생전에 쓰던 증명사진들로 채워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 탓에 영정이 돼 버린 사진 속 희생자들의 얼굴은 다부지기도 하고, 환하게 웃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분향소 내부에는 사고 희생자 수와 같은 29개의 임시텐트가 마련돼 분향소를 찾는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도록 했다.
위패 왼쪽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가 나란히 놓였다.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로 숨진 29명의 희생자 중 25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셨다.
나머지 4명은 유가족이 합동분향소에 영정을 두는 것을 원치 않아 빠졌다.
이날 오전 9시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는 떠나버린 친지와 이웃을 추모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오전 8시 분향소를 찾은 시민 장인수(48)씨는 "13만 제천시민 중 29명이 희생된 것은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사고"라며 "희생자 중 내가 아는 분만 여섯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신 분들을 기리기 위해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았지만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쉽사리 가실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9시에는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등 10여 명이 조문을 마쳤고, 9시 30분께는 이근규 제천시장이 분향소를 찾았다.
이 시장은 방명록에 "더 안전한 세상을 꼭 만들어 가겠습니다. 평화로운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그는 분향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오전 11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시는 합동분향소 운영 시간과 유지 기간을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며 "아픔이 충분히 치유되도록 유가족이 원할 때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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