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협정 지켜야"…'게르만 시민권' 계획 오스트리아 압박
'독일어권' 알토 아디제 이중국적 오스트리아 계획에 伊 연일 항의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독일어권 지역 주민에게 시민권(이중국적)을 주겠다는 오스트리아 새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이탈리아가 연일 항의하며 반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1일 오스트리아 카린 크나이슬 신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오스트리아가 1946년 협정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알파노 장관은 "1946년 협정은 알토 아디제의 자치 지위를 강조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평화적 공존과 경제적 발전의 훌륭한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탈리아는 이 협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경 지대인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는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곳이다.
제1차 대전 후 패전국인 오스트리아는 영토 상당 부분을 연합국에 이양했는데 알토 아디제는 이때 이탈리아에 편입됐다.
애초 오스트리아 땅이라 주민들은 독일어를 사용했지만 이탈리아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은 이 지역에서 독일어 사용을 금지하고 주민들에게 이름도 이탈리아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했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1946년에야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이탈리아의 협정으로 자치주 지위를 인정받았다. 현재 52만 명이 거주하는데 70%가 독일어를 쓴다.
오스트리아에는 서부 티롤주와 접한 이 지역을 쥐드트롤(남 트롤)이라고 부르지만, 엄연히 이탈리아 영토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19일 첫 내각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알토 아디제 주민에게 시민권 부여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당장 게르만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 지역에 시민권을 주겠다는 구상은 오스트리아 연정 파트너인 극우 자유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나치 부역자들이 1950년대에 세운 자유당은 한때 범게르만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주장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협의에 응할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오스트리아의 신임 총리가 이 문제를 꺼내자 이탈리아 여론은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며 들끓었다.
알파노 장관은 "쿠르츠 총리가 유럽연합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한만큼 협정을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크나이슬 장관에게 양자 회담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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