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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방문 우크라 총리통역이 러시아 스파이…외교문제 비화조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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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방문 우크라 총리통역이 러시아 스파이…외교문제 비화조짐(종합)

메이 英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정상 고위회담 내용 러시아에 넘어갔을 수도

(서울·밴쿠버=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조재용 통신원 =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상 간 회담의 통역을 맡았던 우크라이나 측 보좌관이 러시아 스파이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체포된 이 인물은 앞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등에도 통역으로 활동, 서방과의 회담 결과가 러시아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돼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그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의 부(副)의전장인 스타니스라프 예조프(39)는 지난 7월 그로이스만 총리를 수행해 런던을 방문, 메이 총리와의 회담에 통역으로 배석했다.
양국 총리는 이 회담에서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에 따른 국제제재와 러시아와의 국경 문제 등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안보환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조프는 양국 총리 간 사적인 논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민감한' 정보들이 러시아 측에 넘겨졌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방첩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 22일 러시아 공식 방문에 나서는 보리스 존슨 외교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에게 스파이 사건을 강력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러시아가 지속해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국들을 혼란시키려 하는 한 양국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을 경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폴란드를 방문한 메이 총리도 지난 여름 다우닝가 총리 관저 회담에 참석한 예조프 건(件)을 보고받았다면서 일단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관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조프는 또 지난 10월 그로이스만 총리의 캐나다 방문도 수행,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비롯해 고위급 비공개 회담의 통역을 담당했다. 당시 예조프는 총리 회담뿐 아니라 줄리 파예트 총독 면담과 여러 차례의 고위급 비공개 회담에서도 통역을 맡았다.
캐나다 총리실의 카메론 아메이드 대변인은 이날 예조프가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의 일원이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와 회담 때 캐나다측 통역도 회담장에 배석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현장의 트뤼도 총리 책상 앞에는 예조프가 서 있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고 CBC는 전했다.
캐나다 정보 전문가들은 예조프가 통역 과정에서 얻게 된 양국 간 정보가 러시아 측에 넘겼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이스만 총리의 캐나다 방문 기간 양측은 우크라이나를 캐나다의 무기 판매 대상국에 포함하는 문제와, 트뤼도 총리가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동유럽 국가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보기관인 보안정보국의 전직 간부는 예조프 사건이 양국 정부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캐나다 측이 '확실한' 통역을 현장에 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조프는 지난 20일 키예프의 사무실에서 반역죄로 우크라이나정보국(SBU)에 체포됐다. SUB 등은 그가 과거 워싱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 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포섭된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SBU는 성명을 통해 "예조프가 특수장비를 이용해 정부 기관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협의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전자통신채널을 통해 러시아 측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BU는 또 예조프에 대해 상당 기간 감시를 벌여 증거를 수집해왔다고 밝혀 외국 방문 기간에 보안상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렉시 페트로프 SBU 국장은 TV 인터뷰에서 예조프가 문서를 훔치고 뉴스를 감청하고 동료들 간의 내부 정보를 수집해 러시아 특수기관에 건네는 등 러시아를 위해 '부지런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로이스만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안기관의 공동노력으로 오랫동안 적국을 위해 일해온 한 관리를 적발, 오늘 구금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그로이스만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정부 공식 수행원으로 그로이스만 총리와 함께 외국 방문에 나섰으며 지난해에는 그로이스만 총리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도 통역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슬로베니아와 미국 주재 대사관에 근무한 바 있으며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실에서 일했다. 그의 부인은 러시아 시민으로 러시아 측이 부인 친척들을 위협해 그를 포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예조프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으나 추가 소식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국내정정 불안의 책임을 스파이 사건에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jaey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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