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NO'한 것"…중동국가들 '예루살렘 결의' 채택 환영
이스라엘 총리 "말도 안 되는 유엔 결의안 거부한다"고 발끈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결정을 뒤집는 '예루살렘 결의안'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특별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되자 중동국가들이 일제히 환영했다.
신화, AP 통신 등 외신은 이 같은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유엔총회 특별 본회의에서 "우리는 두려움 없이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결의안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또 미국을 겨냥해 "한 유엔 회원국이 모든 다른 회원국에게 '반대표를 던지든지,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위협했다"면서 "심지어 몇몇 국가는 개발원조 삭감을 위협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약자를 괴롭히는 그런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당신이 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는 국가에 대한 원조를 삭감하겠다고 위협했고,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름을 적겠다"고 말한 바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에 채택된 후 트위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세계가 '노'(NO)한 것"이라며 "폭력배처럼 유엔을 위협한 트럼프 정권을 요란하게 비판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역사적인 결의안'이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위법성이 분명해진 그 불행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한 발 더 나갔다.
푸우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유엔 결의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 발짝 내디딘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에 한 방 먹인 것"이라며 "유엔 결의안은 그 성스러운 도시(예루살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미국의 인식은 무효"라고 밝혔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미국의 결정을 무효라고 선언한 말도 안 되는 유엔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루살렘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이스라엘 수도"라면서 "이런 촌극에 참여하는 것을 거절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난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찬성 128, 반대 9)으로 채택됐지만, 35개국이 기권하는 바람에 적어도 150개국이 찬성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 것을 부각한 것이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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