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노리는 렌치 전伊총리, 은행추문 측근 연루로 '설상가상'
최측근 보스키 내각차관, 부실은행 매각에 압력 행사한 의혹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2월 헌법 개정 국민투표 패배 이후 정치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이번에는 부실은행 처리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측근 때문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렌치 전 총리의 오랜 측근인 마리아 엘레나 보스키(36) 내각차관은 자신의 부친이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부실은행 방카 에트루리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최근 정치권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변호사 출신에 미모를 겸비한 보스키 차관은 현 집권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는 렌치 전 총리의 총리 재직 시절 헌법개혁 장관을 맡아 315명의 상원 정원을 100명으로 축소하는 불가능해 보이던 과업을 이뤄내며 주가를 높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어렵사리 일궈낸 상원 축소는 선결 조건인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1년 전 압도적으로 부결되며 없던 일이 됐고, 렌치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보스키 차관은 렌치 전 총리의 후임인 파올로 젠틸로니 내각에서도 중용됐지만, 그가 헌법개혁 장관 시절 부친을 위해 방카 에트루리아의 처리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탈리아 정가에서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비난은 20일 이탈리아 은행 위기 문제를 조사하는 의회 위원회에 출석한 이탈리아 최대 은행은 우니크레디트의 페데리코 기초니 최고경영자(CEO)가 "보스키 차관이 (방카 에트루리아 사태가 진행 중이던)2014년 12월 나에게 (방카 에트루리아)매입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며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중부 아브루초 주를 기반으로 하는 방카 에트루리아는 2015년 11월 도산한 뒤 공적 자금이 투입돼 정부 관리를 받다가 올해 초 다른 부실은행들과 묶여 UBI은행에 1유로에 매각됐다.
비록, 기초니 CEO가 "당시 만남은 화기애애했고, 압력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들은 그의 발언을 근거로 보스키 차관에 사퇴를 촉구하며, 그가 속한 민주당, 민주당의 대표인 렌치 전 총리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제1야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21일 "보스키가 자신의 아버지가 경영진으로 재직하던 은행을 구제해달라고 우니크레디트 은행 CEO에 요청할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보스키 차관은 이에 대해 일간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으며, 단지 우니크레디트의 에트루리아 인수가 가능한지에 대해 정보를 구했을 뿐이다. 이는 커다란 차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부실 은행 문제는 워낙 사회적·정치적으로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 내년 3월로 다가온 총선에서도 이 문제는 작년 개헌 국민투표에 이어 다시 렌치 전 총리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카 에트루리아의 도산 직후 평생 모은 예금을 채권과 주식 형태로 이 은행에 투자한 60대 예금자가 자살하는 등 부실 은행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 민주당 정권에 '아킬레스 건'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렌치 총리 지지 진영에서도 보스키 차관을 내각에서 사임시키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보스키 차관이 자리를 유지하는 한 내년 총선까지 야당의 공격이 계속돼 가뜩이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 연합, 포퓰리즘 성향으로 인식되는 신생정당 오성운동에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민주당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렌치 전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시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 보스키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은 차기 총선에서 의회 재입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사퇴시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2014년 총리 취임 직후 '개혁의 기수'로 인식되며 높은 지지율을 향유하던 렌치 전 총리는 작년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차기 총선을 통해 총리직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올 들어 그의 독선적인 당 운영을 비판하며 상당수 인사들이 탈당을 감행하는 등 최근 들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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