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의 시예산 전액 삭감 위기는 왜 일어났나(종합)
시의회 예결위, 구단 운영 예산 70억원 전액 삭감하기로
"최악의 구단 운영…대표가 책임져야 시예산 통과"
이석훈 구단대표 사의표명…"본회의 이전에 사퇴 매듭지어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성남FC가 창단 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성남시의회는 지난 14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성남시 체육진흥과가 제출한 2018년도 성남FC 운영 예산 70억원 전액 삭감을 결정하고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당초 18일 본회의에서 삭감안을 표결하기로 했다가 28일로 시기를 늦췄다.
성남FC는 시의회의 예산 삭감 움직임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라며 "구단 존폐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산 전액 삭감은 야당의 정치적인 의도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성남FC 운영 예산을 삭감하기로 중지를 모은 시의회 야당 측 의원들은 "예산 삭감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성남FC의 주장에 반박했다.
시의회 안광환(자유한국당) 의원은 "성남FC는 최근 수년간 성남시와 이해관계에 있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의문이 들 만한 후원금을 받았는데, 이 후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FC는 운영 예산과 관련한 자료 요청을 끊임없이 묵살하는 등 불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운영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남FC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시민단체를 통해 네이버로부터 39억원을 받았고, 두산(42억원), 농협(36억원), 차병원(33억원) 등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대 후원금을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장한 내용으로, 박 의원은 "이 기업들은 성남시로부터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각종 편의를 받아, 대가성이 있는 후원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야당 측은 성남FC가 경영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경우 운영 예산 전액 삭감안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의원은 성남FC 이석훈 대표의 방만한 경영과 무책임성으로 인해 전액 삭감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박광순(자유한국당) 의원은 "성남FC가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됐을 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라며 "이석훈 대표는 올 시즌 승격을 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승격에 실패한 뒤 그 말을 뒤집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도 책임지는 이가 없고, 세금만 요구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어디 있느냐"라며 반문했다.
그는 '이석훈 대표가 사퇴할 경우 전액 삭감안을 철회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사퇴 확답을 받는다면 그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FC 관계자는 야당 측 요구에 "우리 구단은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영업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이석훈 대표는 보도 이후 연합뉴스에 "이미 성남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의 사퇴가 확정된 건 아니다. 이 대표는 2부 강등이 결정된 지난해 11월에도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이어갔다.
야당 측은 "성남시는 본회의가 열리는 28일 이전에 이석훈 대표의 사퇴 처리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선 지난해처럼 보여주기식 행동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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