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정보전쟁 새 전선은 프랑스? 현지 선전매체 출범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러시아 정부의 주요 선전 매체로 꼽히는 러시아 국영 뉴스전문 방송 'RT'의 프랑스어 채널이 출범했다고 AFP통신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프랑스어 웹사이트와 프랑스어 자막을 넣은 영상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프랑스에 발을 들인 RT는 지난 18일 밤 프랑스어 TV 뉴스방송 'RT 프랑스'를 시작했다.
'RT 프랑스'는 영국 BBC방송과 프랑스 방송 카날 플뤼스 등이 자리 잡은 파리 서부 미디어 지구에 뉴스룸과 2개 스튜디오를 갖춘 사무실을 개설했으며, 2천만 유로(약 257억원) 예산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RT 프랑스' 소속 기자 50명을 포함해 내년 말까지 TV와 기존 프랑스어 웹사이트 직원은 15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RT는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과 함께 러시아 정부가 선전하는 주장과 가짜뉴스를 유포함으로써 지난 미국 대선과 프랑스 대선에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매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전에서 러시아 국영 언론들이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선전 기관같이 행동했다고 정면 비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방송 규제 당국은 RT 프랑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프랑스 고등방송위원회(CSA)의 올리비에 쉬라멕 위원장은 RT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것이며 변칙 행위가 발견되면 신속하게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T는 러시아가 미국과 영국 미디어의 국제적 지배력과 이들이 전파하는 친(親)서방 편향 보도에 대응한다며 2005년 설립한 매체다.
2010년 'RT 미국'을 출범했고, 현재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방송하는 6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RT는 시청자가 100개국에 걸쳐 7억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RT가 음모론자와 극우, 서방의 위선과 부패를 강조하는 반(反) 기득권 인사들의 견해를 전파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RT 프랑스'는 첫 방송부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프랑스가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프랑스와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와 함께 '북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는 RT의 다큐멘터리를 프랑스어 자막을 달아 내보내기도 했다.
NYT는 '프랑스가 러시아의 서방과의 정보전의 새 전선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RT는 서방 기관에 대한 신뢰를 약화하고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허위정보 선전전의 일부라는 비판론자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줄리앙 노세티는 "러시아 당국의 주요 목표는 (서방) 정치 엘리트와 미디어를 향한 대중의 불신을 키워 의사결정 과정을 마비시키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RT 프랑스 보도국장인 크세니아 페도로바는 지난 10월 AFP에 "우리는 프랑스에서 가짜뉴스를 방송하거나 편파 보도를 하려는 의도가 없다"면서 "우리의 구호는 '과감하게 의문을 제기하라'다. 우리는 시청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주류 미디어의 정보 거품을 벗어나 생각할 것을 독려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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