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에르난데스 대통령, 개표조작 논란 속 승리 선언
미국 방문한 야당 후보 "美가 대선 결과 인정 말아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이 야권과 국제기구가 개표 조작을 제기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가운데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19일(현지시간) 텔레비센트로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TV와 라디오로 방영된 연설을 통해 "민심을 수용하는 것이 분열된 온두라스에 평화와 화합,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재선 승리를 공식화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제 남겨진 일은 자유롭게 표현된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재선 승리를 공식화한 것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인 확정발표를 한 지 이틀 만이다.
선관위는 지난 17일 우파 여당인 국민당 후보로 나선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독재반대 야당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나스라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공식 확정했다.
그러나 미주기구(OAS)는 선거 절차가 민주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규정하며 재선거 시행을 권고했고, 나스라야 후보도 반발하며 더 많은 항의집회를 촉구했다.
나스라야는 국제사회로 눈을 돌렸다. 그는 전날 미국을 방문,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 사무총장과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지원을 호소했다.
나스라야는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광범위한 개표조작을 통해 불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만큼 미국이 이번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고 재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 친미성향의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암묵적으로 두둔하는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지원을 받는 친미주의자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의 폭넓은 후원 아래 범죄조직과의 전쟁과 불법 이민 규제 정책을 수행해왔다.
개표 초반에 5% 안팎 표차로 앞섰던 나스라야는 개표 막판에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역전하자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설 것을 촉구하며 반발해왔다.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는 이날도 수도 테구시갈파 등 주요 도시에서 계속됐다. 온두라스에서는 지난달 26일 대선 이후 계속된 혼란 속에 최소 2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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