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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위대한 발명품이라고?…우연의 산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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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위대한 발명품이라고?…우연의 산물일 뿐"
신간 '문명은 부산물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인류가 고도의 지적 활동을 통해 이룩한 물질적·기술적 발전. 사전에 나오는 문명(文明)의 정의다. 문명은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동물과 차별화해주는 증거물이다.
고대부터 축적된 문명은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 쌓은 물적·정신적 토대가 문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베이징대 교수를 지낸 사회학자인 정예푸(鄭也夫)는 신간 '문명은 부산물이다'에서 인류의 특별한 목적 혹은 의도가 문명을 낳았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문명은 위대한 발명품의 총합이 아니라 그저 우연이 겹쳐져 만들어진 성과라는 것이다.
1950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정예푸는 청년 시절에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헤이룽장(黑龍江)성으로 강제 이주해 약 10년간 농사를 짓다가 1978년에야 베이징사범대에 입학했다.
이후 중국의 개혁과 개방 과정을 지켜본 그는 중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길러왔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편이다. 그는 책에서 문명의 기원을 논할 때도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상대주의적이고 열린 시각을 견지하는 저자는 문명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족외혼제, 농업, 문자, 제지, 조판인쇄, 활자인쇄 등 6가지를 분석한다.
그는 인류에게 강한 신체와 이성을 선물한 족외혼제나 식량의 증산을 가져온 농업 발전이 인간의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농업만 하더라도 수렵, 채집과 비교하면 파종과 수확 사이의 기간에 안정적으로 음식을 조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착과 인구 증가가 맞물려 인간이 농업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채집 활동만으로는 식량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기술력이 필요한 활자인쇄도 우연의 산물이기는 매한가지다. 저자는 한국에서 유독 활자인쇄가 발달한 이유에 대해 목판에 사용할 나무가 부족했고, 인쇄량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특정한 기술이나 제도가 의도하지 않은 변이의 결과라는 것이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정예푸의 관점은 한마디로 문명 자체의 화려함이나 위대함에 매몰되지 말고 인간 자신의 모습을 냉철하게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물질문화는 각 시대의 생존 과정에서 나온 것일 뿐, 결국 문명의 주인공은 인간"이라고 적었다.
378. 528쪽. 2만2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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