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최대 굴욕'…베를린 신국제공항 2020년 문 열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지난 2010년 5월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 출신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시장은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BER) 개항 시기를 2011년 10월 30일로 확인하면서 "곧 개항한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고 2년 뒤 소방안전시설 등에 관한 "안전이 우선"이라며 다시 한 번 2012년 6월 3일로 연기된 개항 일시는 또 미뤄졌다.
그렇게 여섯 차례 지연된 끝에 지난 15일 뤼트케 달트루프 신국제공항공사(FBB) 사장은 오는 2020년 가을로 또다시 개항 시기를 조정했다고 현지 일간 베를리너차이퉁(BZ)이 최근 보도했다.
dpa 통신은 늦어도 2020년 10월까지는 문을 열겠다는 데드라인을 내놓은 거라고 이를 해석했다.
라이너 브레트슈나이더 FBB 감독이사회 의장 역시 그 시간표도 못 지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불신과 냉소가 퍼지자 "최대한 속도를 내서 끝내고 싶다"면서 "플랜 B는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그러나 안전시설 미흡 등 부실한 시공 능력과 잦은 설계 변경, 공사비 증액, 부패, 비리 논란 등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낸 BER 건설 프로젝트는 이미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애초 20억 유로(2조5천610억 원)로 추산된 공사비는 65억 유로(8조3천231억 원)로 치솟고 보베라이트 시장과 공사 측 주요 인사가 조기 사임하는가 하면 시공사를 상대로 한 고소가 잇따랐지만 지금까진 모두 실패했다.
나아가 매월 공항 유지비만 1천만∼1천300만 유로(128억∼167억 원)가 들고, 소요 예산이 5억∼6억 유로(6천405억∼7천684억 원) 부족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사정이 이러므로 불신과 냉소가 따르는 건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pa 통신은 공항 프로젝트 실패를 풍자하는 보드게임이 나왔을 정도라고 전했다.
베를리너차이퉁은 일종의 '양치기 소년'이 된 FBB와 베를린 당국 주요 인사들의 '말말말'을 전하며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신문은 '2010년 5월 이래 신국제공항 개항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인용문들' 제하의 기사에서 보베라이트 시장이 했다는 "우리는 스케줄대로 간다"를 그중 으뜸으로 꼽았다. 보베라이트 시장이 이 말을 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인 2012년 11월이었다.
베를린 쇠네펠트 공항을 확장하는 개념의 신국제공항은 2006년 공사에 들어갔다. 베를린에는 테겔, 쇠네펠트 공항이 있지만 유럽 최대경제국 수도의 국제공항치고는 너무 작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과 베를린을 오가는 직항이 없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베를린 시민들은 다만, 신국제공항이 운영되더라도 테겔 공항은 유지하기로 주민투표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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