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이종명, 혐의 부인…"국정원을 범죄집단처럼 꾸며"(종합)
'사이버외곽팀 지원 국고손실'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서 주장
'정치공작'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은 일부 인정·일부 부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동원한 '민간인 댓글 부대(사이버 외곽팀)'의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전반적으로 (혐의를) 다투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입장은 검찰의 수사기록 복사가 덜 돼 다음 기일에 다시 밝히기로 했다.
이 전 차장의 변호인도 "일단 전체 부인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마치 국정원의 원장이나 차장, 단장들의 행위를 범죄집단인 것처럼 구성했다"며 "향후 기록을 복사해서 봐야겠지만 범죄 관여 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또 "이종명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 지위에 있었더라도 그 일이 위법이라는 걸 인식해서 막을 수 있었느냐는 부분도 다투고자 한다"며 역시 자세한 입장은 추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준비기일이라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이 전 차장의 경우 직접 재판에 나왔다.
재판부는 변호인들이 기록을 복사하고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6일로 잡았다.
재판부는 이들과 별도로 기소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사건은 공소사실이 거의 일치하는 만큼 병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사이버 외곽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을 지원하고자 800회에 걸쳐 국정원 예산 63억원 가량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차장은 이 가운데 47억원의 불법 예산 지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원 전 원장은 또 심리전단과 연계된 우파단체 집회 개최나 우파단체 명의 신문광고 게재 등의 명목으로 2009년 11월 말부터 2011년 11월 하순까지 1억5천여만원을 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중 4천100만원의 집행엔 이 전 차장도 관여했다고 본다.
원 전 원장 시절에 야권 정치인 제압 공작을 벌이거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의 방송 퇴출을 압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은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신 전 실장의 변호인은 이날 오후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야권의 보편적 복지논쟁이나 반값 등록금 주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한 혐의 등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 부하 직원에게 여당의 선거대책 마련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퇴출과 관련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부인한다"고 말했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부적절한 합성 사진 등을 유포해 문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도 "정치관여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런 구체적 행위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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