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기사용 급증에도 설비예비율 37%…역대 최고
전체 116.6GW 설비 중 31.5GW가 가동되지 않는 셈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근 때이른 한파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올해 12월 전력 설비예비율은 역대 겨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낙 설비에 여유가 있다 보니 현재 원전 10기와 석탄발전 4기 등이 동시에 정비에 들어가고도 공급예비율이 충분한 상황이다.
17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전력수요가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12일로 오전 10시 최고전력수요(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순간 전력수요의 평균)는 85.1GW를 기록했다.
종전 겨울철 최고기록인 83.7GW(2017년 1월 23일)를 경신할 정도로 전력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그날 설비예비율은 37.0%(설비예비력÷최대전력수요)를 기록, 역대 겨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
국내 전체 설비용량 116.6GW 가운데 발전설비 31.5GW가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그날 정비 중인 발전기를 뺀 실제 공급예비율도 12.9%(공급예비력÷최대전력수요)로 넉넉한 편이었다.
당시 공급예비력은 11.0GW 수준이었다. 설비예비력 31.5GW 중에서 현재 정비 중인 원전 10기(9.2GW), 석탄발전 4기(2.7GW) 등을 빼더라도 예비력이 충분했던 것이다.
역대 겨울(12~2월) 중 전력 설비예비력이 가장 낮았던 때는 2011년 1월로 당시 3GW, 설비예비율은 4.1%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설비예비율은 계속 높아져 2014년 2월 12.8%로 13%에 육박했으며 2017년 1월에는 27.0%까지 찍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올겨울에도 설비예비율이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력설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전력수요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76.1GW였던 전체 설비용량은 2017년 116.6GW로 53.2%나 증가했다. 하지만 최대 전력수요는 같은 기간 73.1GW에서 85.1GW로 1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대 전력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향상, 수요 관리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공급 위주의 전력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대 력수요가 80GW를 넘어선 날은 41일에 불과하며 85GW를 넘어선 날은 이번 겨울 들어 지난 12일 하루뿐"이라며 "여기에 맞춰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은 국가적 인프라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관리 시장이 전력 시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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