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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내며 탄력받던 충북 혁신학교, 예산 삭감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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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내며 탄력받던 충북 혁신학교, 예산 삭감에 '휘청'
일선학교 호응 불구 도의회 "학력 저하·사업비 낭비" 제동
도교육청 "학교 혁신 시대적 요구"…내년 추경안 편성 예고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충북교육청은 지난 9월 크게 고무됐다. 10개교를 지정하기로 한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4년차 공모에서 26개교가 응모, 2.6대 1의 경쟁률을 보여서다.
청주의 일반고(2곳)가 2015년 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신청서를 냈고, 혁신학교가 없던 진천군에서도 3곳이 응모했다.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열띤 호응에 계획보다 많은 12곳의 신규 혁신학교를 선정했다.
도내 혁신학교는 이로써 내년에 42곳으로 늘어난다. 혁신학교는 한 번 선정되면 매년 4천만원씩 지원받아 4년간 운영된다. 1년만 운영되는 혁신학교 준비학교는 내년 기준 25곳이다.
순항을 거듭하던 혁신학교 사업은 그러나 최근 암초에 부딪혔다. 자유한국당이 원내 제1당인 충북도의회가 내년도 사업비를 절반 이상 삭감해서다.
교육위원회는 충청권네트워크 분담금 등 학교혁신 지원비 9천여만원 전액과 혁신학교 지원비 19억8천여만원 중 9억6천여만원을 삭감했고, 이는 예결특위를 거쳐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아이들을 협업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민주시민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로 키우겠다는 도교육청의 구상은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
보수 도의원들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진보 교육감의 핵심 사업을 손을 댈 수 있다는 도교육청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도의회의 예산 삭감은 교육위의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예고됐다.
일부 의원이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일반 학교보다 높고, 간식비 지급과 스키캠프 운영 등 예산을 무분별하게 집행했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내부에서는 반론이 제기됐다.
지난해 중학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도달 비율이 일반 중학교보다 높았지만, "혁신학교 지정 기간이 짧고, 교육 여건이 어려운 지역의 학교들도 있어 단 한 번의 평가로만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2015년에는 혁신학교보다 일반 중학교의 기초학력 미도달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반박도 제기했다.
도교육청은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국원고를 예로 들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입학성적은 낮았지만, '혁신학교의 옷'을 입어 학업 중단율(2014년 4.64%→올해 0.47%), 학교폭력 조치 건수 감소(2015년 14건→작년 1건)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수도권 14명을 비롯해 올해 4년제 대학에 77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혁신학교 운영비 낭비 논란과 관련, "창의적인 교육방법을 둘러싼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부분 운영방향에 적합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도의회의 예산 삭감은 혁신학교 만족도 조사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학교충북네트워크가 지난 7월 혁신학교 재학생 400명과 학부모·교직원 63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만족도 관련, '보통' 42%, '매우 긍정적' 26%, '조금 긍정적' 25%, '조금 부정적' 4%, '매우 부정적' 3% 등 순으로 대답했다. 학부모·교직원의 '보통' 이상 만족도는 95%였다.
충북의 혁신학교 역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
혁신학교 2년 차를 맞는 괴산 송면중학교의 김상열 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도시 아이들보다 교과 성적은 떨어질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모든 방면에서 평균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고 내세웠다.
또 "축구, 탁구, 오케스트라, 사진, 연극, 글쓰기, 그림 그리기, 발표, 토론, 인사성 등 모든 것이 내가 근무했던 학교 중에서 으뜸"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2년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하기 이르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키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그들의 역량은 상급학교로 가면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원고의 캄보디아 아동 돕기 프로젝트 수업, 수곡중의 수학여행 교과통합 프로젝트를 통한 수행평가, 성화초의 성안길 프로젝트 및 청주 알기 프로젝트 수업, 삼성중의 100% 서술형·논술형 지필고사고 주목받고 있다.
도교육청이 '민주적 학교문화', '학생 중심 교육과정', '미래사회 역량강화 교육'으로 대변되는 혁신학교 성과로 제시한 사례들이다.
혁신학교는 기본적으로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 수업을 하지 않는다. 학생 참여형 수업과 함께 학생들의 협력적 문제 해결력을 높이고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지향한다.
도교육청은 다양한 교육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창의성·토론·논술 능력과 인성도 신장한다는 점에서 혁신학교가 대입 환경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교혁신은 시대적 요구이자 현 정부의 국정 과제"라며 도의회를 설득해 내년 추가경정예산에서 부족한 사업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두드림 학교, 사랑 가득 돌봄공부방,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운영 및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고, 혁신학교 예산 편성·집행 지침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혁신학교·준비학교 방문협의회의 컨설팅, 행복씨앗학교 소통지원단의 주기적 학교 방문, 혁신학교 교직원 역량 강화 연수, 행복씨앗학교 성과분석 연구 및 일반화 방안 연구 등을 통해 혁신학교 운영의 질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김병우 교육감은 "미래사회 역량 강화 교육으로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행복씨앗학교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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