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신과함께' '1987' 모두 울음 참으며 봤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두 편 다 울음을 참으면서 봤습니다. 서로 다른 감동의 눈물이죠."
하정우의 영화가 연말 극장가에 차례로 걸린다. 두 편의 영화는 극과 극이다. 20일 개봉하는 '신과함께: 죄와 벌'은 망자가 저승세계의 지옥 7곳을 차례로 거치면서 재판받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일주일 뒤에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30년 전 격동의 시기를 되살려낸 '1987'이 관객을 찾는다.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마흔 살을 앞둔 연말에 정말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은 '신과함께'의 출연 분량이 더 많다. 그러나 하정우는 "마음이 어느 쪽으로도 쉽게 가지 않는다"며 두 작품에 똑같이 애정을 표현했다.
'신과함께'의 부담감이 더 큰 건 사실이다.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1·2편을 한번에 찍었기 때문이다. 촬영에 11개월이 걸렸다. 1편의 반응이 내년에 개봉할 속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2편이 아무리 재밌어도 1편에서 관심 끌지 못하면 우리는 IPTV에서 만나야 되는 거죠." 다행히 개봉 전 시사회 반응은 좋다.
김용화 감독과는 2009년 '국가대표'에서 인연을 맺었다. '미스터 고'(2013)로 쓴맛을 본 김용화 감독을 위로하려다가 '신과함께'에 출연하게 됐다. "어떤 역할이든 마음껏 가져다 쓰시라고 했죠. 1년쯤 지나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뜨악했어요. '이걸 어떻게 영화로 찍으려는 건가' 하고요."
강림은 '신과함께'에서 가장 바쁜 인물이다.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칼을 휘두르고, 순간이동도 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저승세계, 배경 대부분이 나중에 특수효과로 입혀진 탓에 연기는 상상력에 기대야 했다.
"칼 뽑는 거 굉장히 민망합니다. 이야기하다가 하늘로 점프해서 사라질 때도 있고요. '매트릭스'와 '아이언맨'을 생각했어요. 연기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아이언맨'에서 정색하고 날아다니는 데요. 제가 뭐라고, 날아다니고 칼 휘두르는 연기 못할 건 아니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선배를 떠올리며 민망한 순간들을 견뎠어요."
지난해 가을 '신과함께'를 한창 촬영하던 중 김윤석에게 전화가 왔다. 박종철 열사의 고교 후배이기도 한 김윤석은 '1987'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박처장을 맡았다. 하정우가 연기한 최검사와 대립하는 인물이다.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영화로만 보자면 그렇게 쫄깃한 범죄 스릴러는 없었어요. 실화라고 하니까 충격적이었죠. 윤석이 형과 막걸리 마시며 얘기하던 중 장준환 감독님이 왔고, 강동원에게 연락해서 넷이 다시 만났어요. 그 뒤로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1987'에는 강동원뿐 아니라 설경구·김의성·문성근·고창석·오달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특별출연했다. 하정우는 "뜨거운 마음으로 촛불집회를 하던 시기였다. 1987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데 대한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이야기를 장준환 감독이 만든다고 하니 다들 동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과함께'의 삼차사는 천륜·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 등 일곱 가지 지옥의 심판에서 망자를 변론한다. 하정우는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은 지 12년이 됐는데 타의에 의해 부지런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됐다"며 "나태지옥 정도는 그냥 통과시켜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하정우는 최근 영화 'PMC' 촬영을 마치고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왔다. 열흘간 매일 8∼9시간씩 260㎞를 걸었다고. 내년 초에는 '월식' 촬영에 들어간다.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세 번째 연출작도 틈틈이 준비 중이다. "케이퍼 무비에 가까운 작품이고, 얼마 전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배우로 참여하는 작품이 우선이기 때문에 틈 나는 대로 계속 준비해 촬영할 계획이에요. 제가 주연은 절대로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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