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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혼선' 트럼프 행정부 대북 메시지 분명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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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혼선' 트럼프 행정부 대북 메시지 분명히 해야

(서울=연합뉴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14일 한반도에서 북한이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을 향해 움직일 가능성을 "정말 우려한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다. 그는 국제사회와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북한이 계산 착오를 일으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는 "현재 상황 그대로라면 사태를 억제하지 못해 오해가 생기고 긴장이 높아져 분쟁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북한이 단기적으로 외교적 대화보다는 군사 억지력에 의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닷새간 방북해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고위인사들과 만난 그의 얘기인 만큼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 소통 부족에 따른 오판으로 우발적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자칫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대화는 언제든 필요하다.

펠트먼 사무차장이 거론한 북한의 소통 부족은 미국과의 소통 부족을 말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는 북한 관리들이 백악관, 국무부 등 미국 정부의 성명 내용 등을 꽤 유심히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이 북핵 문제 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메시지가 정확히 뭔지 매우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 엿보인다. 북핵 관련 대화 여부에 키를 쥔 측은 미국이다. 누가 뭐래도 주도하는 측은 미국이고, 당연히 북한과 대화를 할지도 미국이 결정한다. 이 사안에선 북한은 종속 변수에 가까워 미국이 대화를 제의하면 가부간에 답만 할 수 있는 처지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고자, 미국이 지금처럼 '최대의 압박'과 '전방위 봉쇄'를 강화해 가는 방안과 함께, 일단 조건 없이 대화의 장을 열어 북미 양국이 각자의 입장과 요구사항, 협상 가능성을 따져보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미국이 결정할 문제다.

현 국면에서 북한과 대화를 원하든 원치 않든, 북한에 보내는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펠트먼 사무차장이 말한 대로 '오판'에 의한 우발적 무력 충돌을 예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혼선을 되풀이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2일 한 세미나에서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갖겠다"고 말했으나, 백악관은 하루 만에 이를 백지화했다. 백악관은 "북한은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대화의 조건'을 재확인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하지 않은 '개인 의견' 아니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수장이 체면을 완전히 구긴 셈이다. 지난 10월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틸러슨 장관이 "2∼3개 대북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꼬마 리틀맨(김정은)과의 협상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주었다. 이런 식의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가지고는 핵보유국을 향해 질주하는 북한을 멈춰 세우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 내 혼선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도 다들 '조건 없는 북미 대화 용의'에 환영을 표시했다가 머쓱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누가 믿겠는가. 틸러슨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든지, 아니면 풍문대로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경질하든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주도로 15일 뉴욕에서 북핵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회의가 열린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자고 촉구한다고 한다. 북한 규탄 차원을 넘지 못할 것이다. 방북 기간에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미 간 소통과 함께, 군사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남북 채널을 재개할 것과 내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북한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도 숙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두 나라는 베이징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확고한 견지, 전쟁 절대 불가, 대화와 협상 통한 평화적 해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도움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대 원칙을 앞으로 불거질 사안들에 대처하는 데 핵심 지침으로 삼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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