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72.81

  • 20.98
  • 0.81%
코스닥

740.19

  • 2.00
  • 0.27%
1/3

'인터넷 기본정신 바뀌나'…미 망중립성 폐기 후폭풍일듯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인터넷 기본정신 바뀌나'…미 망중립성 폐기 후폭풍일듯
망중립성 '원조' 미국에서 폐기…정부 "한국 정책변화 없다"
통신업체-플랫폼 업자 희비 엇갈려…"장기적 ICT 환경 변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채새롬 기자 = 주요 선진국들에서 인터넷 통신망 규제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를 잡은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 미국에서 공식 폐기됨에 따라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내린 이번 결정 자체로 미국 안팎의 인터넷통신에 당장 실질적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통신업체들이 엄격한 망중립성 사전규제에서 벗어나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일단 직접 수혜자인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큰 득을 보고, 시장 혁신을 노리는 신규 콘텐츠공급자(CP)들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의 대형 CP들은 오히려 약간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 '인터넷 기본정신' 바뀌나…망중립성이란?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즉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ISP는 원칙적으로 콘텐츠사업자(CP) 등 망 이용자가 송·수신하는 트래픽을 평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일부에 대해 봉쇄·지연·속도제한·우선권부여 등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 철학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미국 FCC도 2000년대 초부터 이에 기반을 두고 인터넷망 정책을 만들어 왔다.
또 미국을 시작으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선진국에서도 법적 형태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이런 대원칙에 바탕을 둔 규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미국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확고한 법령상 근거가 없었던 탓에 최근 수년간 사안별로 법원에서 몇 차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FCC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오픈 인터넷 규칙'을 만들어 망중립성 원칙을 법제화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14일 FCC의 3대 2 표결로 망중립성을 폐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특정 CP의 인터넷 트래픽을 빠르게 전송해 주고 그 대가를 받거나, 특정 CP와 제휴해 그 CP의 콘텐츠를 볼 때 쓰이는 트래픽은 소비자들에게 공짜로 제공한다든가, 사업상 이유로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느리거나 빠르게 조절하는 등 '선별적 대우'를 할 수 있게 된다. 통신업체의 자체 콘텐츠 사업도 트래픽 관리에서 우대할 수 있다.
다만 공정거래 문제를 다루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의 사후규제가 있으므로 당장 노골적 이용자 차별이나 불공정거래 강요 등이 일어날 개연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버라이즌, 컴캐스트 등 미국 통신업체들 수혜
망중립성 폐기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의 거대 통신업체들이 요구해 오던 통신사업규제완화의 핵심이었다.
2015년 제정된 오픈 인터넷 규칙은 ISP를 전기·수도·유선전화 등과 같이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로 분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나, 이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 통신업체들의 주장이었다.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원래대로 완화하고 통신업체들이 5G를 비롯한 망 투자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망중립성 폐기의 명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통신업체를 제외한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크게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ISP에 대한 망중립성 규제가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의 토양 역할을 해 왔는데, 이것이 약화하면 ICT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의 출현과 보급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콘텐츠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일부 대형 CP들의 속내는 이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오히려 망중립성 폐기로 신규 CP의 신사업 발굴이 어려워지면 통신사와의 협상력이 큰 기존 대형 CP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페이스북, 아마존 등 테크 대기업들은 표결 이전에 망중립성 유지를 촉구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아마존 등 일부는 소송 제기 등 법적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으나, 앞으로 이들이 모두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계속할지는 확실치 않다.




◇ 과기정통부 "미국과 달라…망중립성 정책 기조 유지"
이런 미국의 정책 변경이 우리나라 등 미국 외의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법적 근거나 시장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재성 통신경쟁정책과장은 14일 미국 FCC의 표결을 앞두고 "미국의 정책 변경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보기는 이르다"며 한국 국내 통신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망중립성 원칙에 근거해 수립된) 국내 가이드라인을 당장 변경할 생각이 없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 변경 과정과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ISP가 기간통신사업자로 법령에 못 박혀 있고 이를 근거로 망중립성 규제법규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공약에서 망중립성 원칙 확립을 다짐한 바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망중립성은 인터넷의 기본정신이자 이념인데 미국에서 이를 결국 폐기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통신 3사 사업이 모두 정부 주도로 육성됐다"며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망중립성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역시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U와 회원국들은 2000년대 초부터 망중립성의 기본원칙에 입각한 규제를 해 왔고 재작년에 EU 전체에 적용되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작년부터 시행중이다.

◇ 국내 통신사들 내심 기대…인터넷기업들은 우려
다만 국내 통신업체들은 내심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을 계기로 한국의 통신정책에 변화가 생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5G 네트워크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요금 인하 압박까지 받고 있어, 망중립성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기대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결정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네트워크가 고도화될수록 서비스별로 더 빠르거나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등 차별이 있어야 가치가 생긴다"며 "그렇게 해야 관련 업계도 활성화되고 새로운 사업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망중립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콘텐츠사업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며 "네트워크 사업자는 그동안 이 원칙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고 투자할 유인이 적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통신업체들은 이런 희망을 적극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현재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고 자칫 여론의 역풍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체 외의 인터넷기업들은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이 한국 통신정책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며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망중립성이 폐기되는 일이 생긴다면 우리나라가 어렵게 이뤄왔던 인터넷산업 혁신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럴 경우 대기업은 여력이 있고 다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망 사용료 낼만한 여력이 없어 새로운 혁신이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olatido@yna.co.kr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