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트럼프에 "언론 말고 러시아 '가짜뉴스'나 신경써야"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들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는 데 말고 러시아가 쏟아내는 '가짜뉴스'에나 신경 쓰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비판 동영상 리트윗을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향해 트럼프가 "테리사 메이,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행위에 신경 쓰시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을 차용해 맞받아친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브렉시트로 결론 난 국민투표 결과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한 이후 처음으로 전날 영국에서 행한 공개 강연에서 캐머런 전 총리는 "무역, 테러, 기후변화, 국제사회 빈곤 등 거대한 문제들에서 변화를 원한다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며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하다가 트럼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메이 총리와 같은 보수당 소속인 캐머런은 트럼프가 CNN과 BBC를 공격하는 건 전술적으로 틀렸을 뿐만 아니라 위험한 것이라며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관들의 정당성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 '가짜뉴스'는 당신을 비판하는 방송인들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를 목표 삼아 거짓된 얘기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러시아의 봇(bots)과 트롤(trolls)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트럼프)이 '가짜뉴스'를 남용할 때 당신은 진짜 남용(러시아의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흐트러트리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캐머런은 러시아가 부정한 수단을 동원해 2018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고 몇 년 지난 후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2명 중 10명이 기소되거나 처벌된 것도 이를 일부분 반영한 결과라는 뉘앙스로 발언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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