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통령 탄핵까지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이자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 씨에 대한 1심 재판의 심리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19일 첫 재판이 열렸으니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과정이었다. 검찰과 특검팀은 형법상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 미수, 사기 미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무려 18개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해 징역 2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벌금 1천185억 원과 추징금 78억 원도 요구했다. 1심 법원은 이르면 내년 1월 초,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선고공판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아직 긴 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최 씨가 중형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또 검찰의 구형은 유기징역 최대치인 30년에 근접한 것이지만, 국민감정으로는 결코 구형량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박영수 특검팀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은밀하고 부도덕한 유착과 이를 십분 활용한 대통령 비선 실세의 탐욕과 악행이 이 사건의 실체"라고 규정했다. 검찰도 "최 씨는 사익 추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정부조직과 민간기업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정을 농단해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국가 위기 사태를 유발했다"고 꾸짖었다. 최 씨에 대한 기소 내용을 보면 이런 특검과 검찰의 질타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최 씨는 이날 징역 6년이 구형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50여 개 대기업이 774억 원을 강제 출연토록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심리 과정에서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국정농단의 증거를 접하고 시민들은 경악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씨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담은 녹음 파일의 내용이다. 녹음 파일을 보면 최씨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듯 착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상당히 많다. 최 씨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하기 전에 국무회의를 하고 (대통령) 당부 말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 제안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을 잡고 메시지를 던졌다. 심지어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도록 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최 씨의 이런저런 제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조차 어색해질 차원의 행태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최씨가 재판에 임하면서 보여준 어이없는 태도다. 특검팀도 이를 지적했다. 특검팀은 "최 씨는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며 근거 없이 검찰과 특검을 비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 국민 가슴에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줬다"고 개탄했다. 특검은 "후안무치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최씨가 반성은커녕 후회의 빛도 내비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검의 지적은 이해할 만하다. 최 씨 측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과정에서나마 진상규명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 정도는 최씨가 감당해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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