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난을 함께한 조선시대 선사들의 禪詩
선시 해설서 발간한 학담스님 "시대의 아픔을 함께해야 참된 수행자"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아함경'을 해설한 20권 분량의 대작 '학담평석 아함경'(한길사)을 펴냈던 학담 스님이 조선 중기 소요 태능 선사와 청매 인오 선사의 선시 총 600여 수를 해석한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소요 선사와 청매 선사는 억불 시기 서산대사의 제자로서 선정(禪定) 수행에 통달한 선사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바쳐 중생구제에도 앞장섰다.
이번에 발간된 소요 선사 선게집 '소요태능선사를 다시 노래하다'와 청매선사 문집 '푸른 매화로 깨달음을 도장 찍다'는 두 선사의 선시를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니다.
스님의 해석을 담아 평창(評唱·상세한 해설과 비평)하고 선시에 답하거나 칭송하는 '평창송'(評唱頌)까지 더했다.
출판사 측은 "학담 스님의 두 선사에 대한 평창송은 조선조 중기 이후 사실상 단절된 선게송(禪偈頌) 문학의 시대적 전승으로서, 교리적 가르침과 선(禪)이 둘이 아님을 시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책 앞부분에서는 두 스님의 생애와 선풍, 선관 등을 개관하고 당대 불교의 과제까지 살피면서 지혜와 자비가 하나 됐던 두 스님의 불교 정신을 새롭게 조명한다.
"지금 한국불교 선(禪)의 문제점은 선의 깨달음이 내면의 닫힌 개아(個我)의 휴식을 완결점으로 하는 데 있다. 고요하되 밝음을 내면의 경지로 보존하는 선풍은 과학문명시대 미래사회를 이끌어 시대 대중을 구원할 선관이 될 수 없다"며 현대 불교 수행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학담 스님은 이번 두 문집이 허응보우선사, 환성지안선사 등 조선·일제강점기 선사 문집 발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집 발간을 위해 도서출판 푼다리카를 설립한 연곡사 주지 원묵 스님과 함께 이를 추진할 예정이다.
스님은 "조선조 불교는 억불숭유의 처참한 질곡 속에서 많은 스님이 목숨을 걸고 승단을 지켜온 아픔의 역사다. 우리는 그간 이를 너무 나 몰라라 하고 중국 불교의 종파 타령이나 하고 지냈다"며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 고난을 함께 하는 수행자가 참된 수행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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