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난괜찮아' IMF시절 히트…심장병·성대결절은 위기였죠"
1집 오마주한 데뷔 20주년 앨범 '선플라워'…음악 스타일·창법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여고생 가수 진주(37)가 시원한 창법으로 '난 괜찮아'를 부르던 1997년 12월은 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신청을 하며 외환위기를 맞은 직후였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란 흥겨운 후렴구 가사는 국가 부도로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힘을 주면서 '아임 파인'(I'M FINE)으로 개사되 널리 불리기도 했다.
박진영이 발굴한 1호 가수로 데뷔와 동시에 전국 방방곡곡 행사장을 누빈 진주가 이달로 꼭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을 기념한 새 앨범 '선플라워'(sunflower)를 발표한 다음 날인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진주는 "여고생 가수가 어느덧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기말시험 기간이라 성적을 내야 해서 바쁘다"고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했다.
새 음반이 2년여 만인 그는 그간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와 우송정보대학 글로벌실용음악과 겸임 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최근 정화예술대학교 미디어실용음악 전공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가장 잘한 선택은 음악을 한 것"이라며 "아쉬움이 있다면 어렸을 때 건강 관리를 잘해야 했는데 연습이든 뭐든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어서 지혜롭게 컨디션 조절을 못 한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적인 고음을 뽑아내 튼튼한 성대를 타고나 보였던 그는 가수 인생에서의 위기가 심장병과 성대결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부터 빈혈이 심했던 그는 기획사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쓰러져 응급실을 찾았고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노래를 못하면 어떡하나, 끝났다"란 절망적인 심정이었다고 한다.
"5살 때부터 노래를 하고 싶었고, 노래 연습만 했기에 제게 가수는 직업의 개념이 아니었어요. 그러니 심장병 진단은 치명적이었죠. 숨이 차면 노래를 못하니까요. 병원에선 심장에 기계를 달아야 한다고도 했지만 통학 길에 산에 매일 올라 숨을 참으면서 노래 연습을 했어요. 저를 단련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차츰 극복했죠."
당시 기획사 오디션은 못 봤지만 그는 1996년 지인의 주선으로 김형석 작곡가의 사무실을 찾았다가 '그녀는 예뻤다'를 녹음 중이던 박진영에게 발탁됐다. 전속 계약을 한 다음 날로 방시혁이 작곡한 박진영의 3집 수록곡 '사랑할까요'에 피처링을 했다.
이듬해 정식 데뷔한 그는 '난 괜찮아'가 크게 히트하자 학업을 병행하고 쪽잠을 자면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금과 달리 학교에서 연예 활동을 고려해주지 않았다"며 "아침에 학교에 가 수업을 받고선 중간에 행사장을 가는 생활을 지속했다. 결국 성대결절이 왔고 목소리가 안 나오자 방송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무대가 힘들어졌다"고 떠올렸다.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시켜준 이 곡은 이후 그가 앨범을 낼 때마다 넘어야 할 산이 됐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마음을 내려놓게 되니 이젠 '그 노래를 이겨야지'란 생각은 없다"며 "그 노래는 그 노래대로, 새 노래는 새 노래대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새 앨범 '선플라워'는 1집 '해바라기'의 오마주로 작업했다. 앨범 제목뿐 아니라 추억의 장소에서 수십 년 후 사진을 다시 찍듯이 재킷에는 1집과 같은 포즈의 사진이 담겼다. 해바라기를 한 손에 든 수줍은 소녀는 어느덧 성숙한 여인이 됐다.
그는 "초창기 팬클럽 이름도 해바라기였고 20년 전의 진주를 오마주해서 지금의 제 음악을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집과 달리 그의 새 음악은 사운드도 창법도 힘을 뺐다. 자작곡인 타이틀곡 '가지 않은 길'은 서정적인 브리티시 팝으로 기차 소리와 함께 담담히 말하는 듯한 그의 보컬로 시작된다. 트레이드 마크인 파워풀하게 휘몰아치는 창법 대신 편안한 음색으로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겼다.
선택을 거듭하는 인생에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의 느낌을 풀어냈다고 한다.
그는 "창법과 음악 스타일을 바꿨다"며 "음원 시대가 되며 요즘 리스너들은 삶의 BGM(배경 음악)처럼 편안하게 들리는 음악을 선호한다. 그래서 힘이 들어간 창법을 버리고 섬세한 목소리만으로 노래의 기승전결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곡의 신곡 외에도 앨범에는 진주가 다시 부른 1집의 '외면'과 2집의 '돌아봐선 안 되나요'가 수록됐다.
그는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기에 내 음악의 길에서 교차점이 된 앨범"이라며 "앞으로도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며 가고 싶다. 노래도 하면서 강의도 하고 내년 말께는 음악학에 대한 책도 낼 예정이다. 고증을 많이 해야 해 신중하게 집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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