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임대등록 유인 약해…다주택자, 매각ㆍ버티기 가능성"(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대 등록에 따른 혜택이 '8년 임대'에 집중돼 있는 데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도 그리 크지 않다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2주택자의 경우는 임대사업 등록 유인이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임대사업자 등록에 걸림돌이 됐던 건강보험료를 인하하는 등 각종 혜택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방안은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당근과 압박'으로 요약된다"며 "일단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되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2020년 이후 등록 의무화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다주택자들의 심리적 압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베이비부머 등 은퇴자를 중심으로 임대주택을 등록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제한으로 강남보다는 강북, 수도권, 지방의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이 많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사업자들이 양성화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번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이 3주택 이상자에 대해서는 유인효과가 있을 것 같다. 내년 4월 인프라가 마련된 이후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그러나 "2주택자들은 시세차익 목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많고 스스로 임대사업자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혜택이 대부분 '8년 임대'에 주어지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는 애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그동안 투기 수요로 규정했던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다만 "혜택이 너무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만 집중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확대되는 재산세 감면 대상이나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대상을 '8년 이상 임대'의 경우로 묶은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장기임대를 유도하려고 8년 임대 혜택을 강화했으나 이는 사실상 4년 임대 혜택을 배제한 것이기도 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8년 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혜택이 임대주택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이고 주택규모가 작을수록 큰 반면 85㎡를 초과하면 미미하게 설계돼 중대형 임대주택 소유자들은 등록할 동기가 거의 없다"며 "현재 가격 상승의 주범인 중소형의 선호 현상을 더 가중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제 혜택의 기준이 되는 주택가액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를 완하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애초 기대됐던 면적 제한 폐지, 금액제한 상향도 빠진 만큼 이 정도 수위의 인센티브로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며 "이번 대책이 3주택 이상자나 조정대상지역 부동산 보유자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보유 주택을 놓고 매각, 임대사업자 등록, 버티기, 상속·증여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 온 다주택자들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서는 일부 3주택자를 제외하면 임대사업자 등록 대신 '버티기'나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양지영 소장은 "다주택자들은 혜택 수준과 기준에 실망이 클 수밖에 없어 임대사업자 등록을 선택하기보다 '똘똘한 한 채'를 두고 다른 주택은 매도를 선택할 것 같다"며 "내년 4월 전까지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매수자는 많지 않아 거래는 되지 않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종완 원장은 "다주택자들이 쉽게 결정을 못 하고 내년 3월까지 시간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집을 팔아도 다른 투자 대안이 없어서 자기 자금으로 장기 투자를 한 사람은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이번 방안으로 다주택자들이 투자 가치가 낮은 주택 중심으로 처분을 고민할 것 같다"며 "특히 집값 하락 신호가 분명하고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 '팔자'로 선회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내년 4월에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세 절세 목적의 임대주택등록(가령 고가주택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소형 저가주택 임대사업 등록) 사례도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센터장도 "조정대상지역에서 이번에 발표된 8년 이상 준공공임대사업을 하면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종부세 합산배제를 해주므로 관련한 세금 혜택을 노릴 수 있겠다"며 "조정지역에서 양도세 중과로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이번 대책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시장에 일부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겠지만, 당장 매매시장에 급격한 영향은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2천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를 비롯해 2019년에야 제도가 변경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당장 내년 시장을 좌지우지할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며 "거래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 자체가 강도가 엄청 세지는 않기 때문에, 내년에 정부의 추가 대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서서히 방향을 잡아갈 것 같다"며 "지금은 '눈치보기 장세'가 더 연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전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늘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또, 이번 대책이 아니더라도 당장 내년부터는 입주물량이 급증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한동안 전세 시장은 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내년에 입주물량이 너무 많아서 어차피 전월세 시장은 안정화가 유지될 것"이라면서 "2주택자들은 2019년부터는 월세를 전세로 돌리면 소득세, 건보료 부과가 안 되기 때문에 추후 전세 비중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전월세 상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론 낸 만큼 당장 전세시장에 불안이 크게 없을 듯하다"며 "오히려 내년부터 입주물량 과다로 전세시장은 서울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합세 혹은 약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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