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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어머니 드리려"…소고기·간고등어 훔친 엇나간 효심

60대 아들 마트에서 잇단 절도, 선처에도 또 범행하다 덜미

(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초라한 행색의 60대 남성이 전북 완주군 한 마트에 들어선 것은 지난해 5월부터였다.
마트 이곳저곳을 돌던 A(62)씨는 바구니에 담은 상품 몇 개를 계산대에 올려놨다.
점원이 보기에 이 손님은 무언가 수상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등에 멘 가방이 볼록했다.
점원은 A씨에게 "아까 왔을 때와 가방 크기가 너무 다르다"며 가방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고기 세트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아흔 된 홀어머니가 밥을 제대로 못 드신다. 돈이 없는데 소고기 미역국을 끓여드리고 싶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마트 주인은 딱한 사정을 듣고 '이번에는 눈감아 주겠다'며 A씨를 용서했다.
<YNAPHOTO path='AKR20171213049800055_01_i.jpg' id='AKR20171213049800055_0101' title='소고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caption=''/>

이후 한동안 마트를 찾지 않던 A씨는 지난 4월 다시 가방을 메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가방 크기가 다른 것을 수상하게 여긴 점원은 이전과 같은 요청을 했다.
이번에는 간고등어였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A씨는 "당뇨를 앓는 어머니가 입맛이 없어 밥을 통 안 드신다. 고등어를 구워 드리려고 했다"고 다시 사정했다.
마트 주인은 이번에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아들을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A씨는 선처를 받고도 이 마트에서 10월에는 꽃게, 지난 1일에는 갑오징어를 재차 훔쳤다.
범행을 알아채지 못한 마트 주인은 '물건이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마트 폐쇄회로(CC)TV에 찍힌 A씨의 범행 현장을 보고 그를 붙잡았다.
A씨는 "어머니가 연세도 많고 건강도 안 좋으신데 무언가 해드리고 싶었다"며 "나쁜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물건을 훔쳤다. 계속 용서해주셨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트 주인은 최근 물건을 훔친 범인이 A씨라는 것을 알고 '어렵게 사는 분인데 용서해드리고 싶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선처를 구했다.
완주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여죄를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마트 주인은 이번에도 A씨를 용서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전해왔다"며 "사정은 딱하지만, 범행이 확인된 만큼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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