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턴·저지 역대급 괴력 조합…양키스타디움 홈런존 바뀌나
좌타자 위한 짧은 우측 존서 우타자 좌측·좌중간으로 이동할듯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해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장칼로 스탠턴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에런 저지와 더불어 빅리그에서도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쌍포가 탄생했다.
스탠턴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홈런 59개를 쳐 NL 1위를 차지했다. 괴력의 신인 저지도 52개를 쳐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의 영예를 안았다.
키 198㎝의 스탠턴과 2m1㎝의 저지는 웬만한 농구선수를 능가하는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엄청난 홈런을 양산할 괴력의 조합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둘 다 오른손 거포여서 양키스타디움의 홈런존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양키스타디움은 왼손 장거리포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유명하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적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뉴욕에서 큰 인기를 끈 덕분에 양키스는 1923년 양키스타디움을 신축 개장했다.
실제 많은 돈을 벌어다 준 루스 덕분에 새 구장을 짓기도 했고, 루스가 이 구장에서 대포를 양산하기도 해 양키스타디움은 '루스가 지은 집'으로 불렸다.
이 구장의 특징은 우측, 우중간 펜스가 좌측, 좌중간 펜스보다 짧은 비대칭 구장이라는 점이다. 루스와 같은 왼손 타자가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좌석 가격에도 이런 사실이 반영됐다.
양키스타디움에서 경기장과 가까운 필드 레벨의 올해 우측, 우중간 좌석 가격은 86∼108달러(약 9만4천원∼11만8천원)로 71∼94달러(7만7천원∼10만2천원)인 좌측 펜스 뒤 좌석보다 비쌌다.
스탠턴과 저지 이전에 양키스 최강의 쌍포로 불린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은 1961년 각각 홈런 61개, 54개를 날렸다.
둘의 합친 홈런이 115개로 111개인 스탠턴과 저지보다 많다.
매리스는 왼손 타자였고, 맨틀은 오른손과 왼손을 다 치는 스위치 타자였다. 둘은 오른쪽 펜스가 짧은 양키스타디움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2009년 새로 개장한 양키스타디움도 이전 구장과 규격이 똑같다.
홈에서 왼쪽 펜스까지 거리가 97m이고, 좌중간 122m, 가운데 펜스 124m, 우중간 117m, 우측 펜스 96m 순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짧아진다.
지금도 왼손 타자들이 선호하는 구장이지만, 스탠턴과 저지의 결합으로 이제 양키스 홈런의 절반 이상은 왼쪽 또는 좌중간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MLB닷컴의 통계전문 사이트인 스탯캐스트 최근 자료를 보면, 스탠턴은 올 시즌 홈런 59개 중 48개를 잡아당겨 왼쪽과 좌중간으로 보냈다.
우측 또는 우중간으로 보낸 홈런은 11개였다.
저지는 전체 홈런 52개의 30.8%인 16개를 우측으로 보냈다. 나머지 36개는 좌측과 좌중간 가운데 쪽이다.
양키스타디움 우측 외야에는 '판사'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저지(judge)를 응원하기 위한 3열 좌석의 특별 공간인 '판사실'(judge's chambers)이 있다. 저지는 이 방향으로 대포 12발을 선사했다.
엄청난 힘과 부챗살 타법을 겸비해 둘 다 오른쪽으로 홈런을 날릴 수도 있지만, 우타자 특성상 왼쪽 또는 좌중간으로 가는 홈런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ESPN에 따르면, 양키스타디움이 왼손 거포에게 유리한 구장이나 최근 5년간 홈런 통계로는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 이어 빅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타자 홈런 공장(파크팩터 1.288)이라는 사실이 스탠턴과 저지의 홈런 생산에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