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2년째 낭인생활"…중원대 '불법 기숙사' 양성화 호소
학교측 "적법 절차 못 지켜 유감이지만 학생들 생각해달라"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충북 괴산군 소재 중원대 학생들이 콩나물시루 같은 기숙사에서 많게는 8명씩 생활하는 불편을 1년 10개월째 겪고 있다.
학교 측이 지난해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설계변경 허가 등을 받지 않고 무단 증축한 기숙사 2개 동이 불법 건축물로 드러나면서 폐쇄돼 빚어진 일이다.
괴산군은 2015년 9월 증축한 기숙사 2개 동을 불법으로 판단한 뒤 철거명령과 함께 사용중지,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당시 이 대학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거명령 등을 받지 않은 기숙사 2개 동의 2인실을 4인실로, 6인실을 8인실로 꾸며 기숙사에서 나와야 했던 학생 700여명을 구제했다.
하지만 기숙사 수용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나머지 학생 300여명은 괴산읍 내나 인근 증평군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거나 통학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이 학교의 불법 건축물 문제가 불거진 지 1년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체 재학생(3천700여명)의 32.4%인 1천200여명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여전히 임시방편으로 괴산읍이나 증평군에 방을 얻어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1인당 학기마다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당장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불법 건축물 양성화 밖에 없다는 데 있다.
김두년 총장직무대행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못한 건축물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학생 관련 시설을 양성화해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직무대행은 그러면서 군민과 함께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지역사회와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괴산군의 농·축산물 애용 활성화 정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불법 건축물 양성화라는 '칼자루'를 쥔 괴산군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군은 이 대학 재단이 2015년 12월 청주지법에 낸 군 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신청 반려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 취하 여부를 지켜보면서 양성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소송의 3차 변론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지침에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고발한 뒤 양성화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재단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청주지검은 이 대학 내 25개 건물 중 본관동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24개 건물이 허가나 설계도면 없이 건축된 사실을 확인하고 대학 관계자와 공무원, 건축사 등 23명을 2015년 11월 기소했다.
이 대학은 2009년 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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