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어업권 판 北, 식량난에 목선 타고 무리한 불법조업"
日 전문가들, 북한 '유령선' 일본 해안 표류 급증한 이유 분석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최근 백골화된 북한 어부의 시신을 싣고 일본 해안으로 표류하는 이른바 '유령선'이 급증한 것은 중국에 어업권을 판 북한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어부들에게 무리한 먼바다 조업을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어부들이 연료마저 부족한 상태로 소형 목선(木船)을 타고 거친 겨울 바다에 내몰린 뒤 폭풍우 등을 만나 변을 당하고 있다는 일본 전문가들의 분석을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북한 선적으로 추정되는 어선이 일본 서해안으로 표류한 것은 모두 28건으로 이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4배 늘어난 수치다.
이달 들어서도 유령선 표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아키타(秋田) 현 해안에서 일부가 백골화된 시신 2구를 싣고 표류하는 목선이 잇따라 발견됐다.
같은 날 니가타(新潟) 현 해안에서도 목선 2척이 발견됐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니가타 현 해안에서 목선 2척과 시신 2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또 4일에는 아키타, 야마가타(山形) 현 해안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됐는데 이 중에는 김일성 북한 주석의 초상이 들어간 배지를 달고 있는 시신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홋카이도(北海道)의 무인도 마쓰마(松前) 앞바다에서 북한인 10명을 태운 채 발견된 목선에는 '북한인민군 제854군부대'라는 국문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소자키 아쓰히토(磯崎敦仁) 게이오(慶應)대 준교수(부교수)는 "북한 어부들은 전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 멀리 나가야 하지만 새 배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해안으로 밀려온 선박 대다수는 길이 9.8m가량의 소형 목선이어서 거친 겨울 바다를 항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지난 10월 불어 닥친 폭풍우와 거친 파도에 화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인민생활 향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겨울철 물고기잡이는 연간 수산물 생산에서 관건적인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전투"라고 독려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 와세다(早稻田)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중국에 연안 어업권을 팔았지만, 어부들에게 할당된 어획량은 여전해 북한 어부들은 먼바다까지 고기를 잡으러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무리하게 진출해 불법 조업하다가 연료가 떨어지면 강한 북서풍에 밀려 일본 해안으로 표류한다는 설명이다.
중국동포(조선족)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리상철(58·일본명 리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인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산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1970∼1980년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사건이 벌어졌던 일본 서해안에 북한 어선 표류와 어부 출몰이 급증하자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