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영국 시장 연 우리 원전기술, 정부가 적극 뒷받침해야
(서울=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 지분 인수전에서 중국을 뿌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것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8년 만에 원전 수출에 성공하게 된다.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는 영국 북서부에 2030년까지 발전용량 3.8GW짜리 차세대 원전 3기를 짓는 21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현재 사업자는 일본 도시바가 지분 100%를 가진 뉴제너레이션(뉴젠)이다. 도시바와의 협상이 끝나고 우리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영국 정부의 뉴젠 소유주 변경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전은 도시바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지분인수 비용은 4천억∼5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여러 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원전업계는 한국의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뛰어난 기술이 원전 선진국인 영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반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에서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유럽 수출의 길을 뚫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원전 굴기'를 내세우며 막판까지 거세게 추격했던 중국을 따돌린 것도 쾌거라고 할 수 있다. 도시바는 그동안 한전과 중국 광허그룹을 대상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한국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영국 측에 제시된 원전 모델의 원형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APR 1400'으로 이미 UAE에 수출돼 국제적 호평을 받았다. 이 모델을 유럽안전 기준에 맞게 보완한 'EU-APR' 표준설계는 지난 10월 유럽 수출 자격인 유럽사업자요건(EUR) 심사를 통과했다. 한국은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의 다른 지역 등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번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가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생산된 전력을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발주자한테 건설비를 받고 원전을 지어서 넘기는 UAE 원전 수출과는 다른 개념이다.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조달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관건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원전 건설비용을 낮추더라도 영국 정부가 전력 구매단가를 맞춰주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컨소시엄 구성이나 영국 정부와의 전력 판매단가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분 인수계약이 체결되더라도 설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착공 시점은 4∼5년 뒤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 기간 국내에서는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될 텐데 관련 업계가 심각하게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향후 30년간 세계 원전 시장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계도 나와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원전기술이 많이 수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힘껏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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