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人] 변천사 쇼트트랙 담당관…"평창서 도쿄를 거쳐 IOC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리스트에서 '행정가 변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넘어 IOC에서 일하는 게 인생 최고의 꿈"
(평창=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사실 최종 목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일하는 거랍니다."
2006년 2월 23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팔라벨라 빙상장.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나선 태극낭자들은 대회 4연패의 신화를 달성했다.
전다혜-진선유-최은경-변천사로 팀을 꾸린 한국 대표팀은 마지막 4바퀴를 남기고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의 영광을 만끽했다. 당시 레이스에서 두 차례나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한국의 금빛 환호를 이끈 주인공은 당시 19살의 변천사였다.
변천사는 16바퀴째에서 선두로 치고 나섰고, 4바퀴를 남기고 한국이 3위로 밀린 상황에서 배턴을 이어받아 또다시 무서운 질주를 펼치며 마지막 주자인 진선유의 엉덩이를 힘차게 밀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마쳤다. 진선유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면서 변천사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학교 진학을 앞뒀던 '꼬마 숙녀' 변천사는 2017년 12월 여전히 쇼트트랙 경기장을 지키고 있다. 11년 전 '토리노의 영광'을 가슴에 품은 채 이제는 선수가 아닌 '행정가'로 변신해 자신의 두 번째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변천사의 두 번째 올림픽은 '평창'이고 그의 임무는 '선수'가 아닌 '쇼트트랙 종목 담당관'이다.
"솔직히 이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은퇴하고 나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어요. 2014년 4월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쇼트트랙 종목담당관'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주사무실에서 만난 변천사 쇼트트랙 종목담당관은 유쾌하게 선수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은퇴하기 직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어릴 때는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강력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서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목표를 가질 수 있을까'에 생각하니 겁도 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2011년 평창올림픽 개최가 확정됐다. 나도 평창올림픽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감하게 도전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트트랙 종목 담당관은 말 그대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이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역할이다.
경기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경기 개최에 필요한 장비와 각종 물자까지 리스트업해서 적기에 도입해 원활하게 대회가 치러지도록 하는 게 종목 담당관의 임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조율을 비롯해 빙질 관리까지 경기와 관련된 모든 일이 '종목 담당관'의 업무다.
처음 일을 맡고 나서 변천사는 '멘붕(멘탈 붕괴)'의 상황을 많이 겪었다. IOC의 매뉴얼에 종목 담당관의 역할이 담겨 있지만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자정에 퇴근하는 일상이 반복됐지만 일을 끝마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원래 다이어트를 잘 못 하는 데 체중이 5㎏이나 빠지더라고요. 갑자기 휴대폰이 고장 나서 바꾸려고 대리점에 갔는데 저의 통화량을 보고 요금제를 따져보다가 저에게 '뭐 파는 분이세요?'라고 묻더라고요. 보니까 한 달에 착신 전화만 3천 건이 넘었어요. 통화도 1분, 5분, 10분 등 짧은 통화가 대부분이라 제 통화 기록을 보더니 '이런 분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숨돌릴 틈도 없이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평창올림픽 개막도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변천사도 어느 정도 일의 여유를 찾고 있다.
"테스트 이벤트를 치르고 나서 많은 것을 깨달았죠. 물론 일이 닥치면 또 달라지겠지만요"라며 "지금의 목표는 쇼트트랙 경기를 할 때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면서 보는 겁니다. 밴쿠버와 소치에서 쇼트트랙 종목 담당관을 했던 사람들과 계속 연락을 하는 데 그들이 똑같이 '네가 경기 때 가만히 앉아서 경기를 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순간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충고하더라고요. 테스트 이벤트 때 정말 엄청나게 뛰어다녔어요. 이제야 안정을 좀 찾았네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변천사의 꿈은 무엇일까.
"희망 사항이지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스포츠행정에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ISU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저의 마지막 꿈은 IOC에서 일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올림픽 조직위에서 일을 계속하면서 경험도 쌓고 인간관계도 만들어야 합니다. 기회가 올 수도 있지만 쉽지는 않겠죠.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IOC에서 일하는 거랍니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