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中지도부…겉으론 서민 위로, 속내는 "강경 대응"
친(親)서민행보 베이징시 서기 "피를 보듯 강한 대응해야" 주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하층민(低端人口) 강제퇴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서민 달래기에 나섰던 중국 베이징(北京)시 지도부가 내부적으로는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해 공분을 사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5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 서기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기층 민중을 대하는 데는 진짜 총칼을 빼 들고 총검으로 피를 보듯 강경하게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로 임하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베이징에는 작은 일이 없으며 모두 큰 일이라는 자세로 각 구의 간부들이 직접 나서 감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인 차이 서기의 이런 발언은 그가 최근 하층민 강제퇴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보인 친서민 행보와는 영 딴판이다.
지난 18일 밤 베이징시 외곽의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시 당국은 긴급 화재대책을 명목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베이징시 정부의 명령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 시민단체 등이 이들에게 숙소와 생필품 등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시 당국은 이마저도 저지했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차이 서기 등 베이징시 지도부는 지난 3일 거리 시찰에 나서 친서민 발언을 늘어놓았다.
차이 서기는 안후이(安徽)성에서 온 구두 수선공을 만나 "당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민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도시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각 간부는 봉사하는 정신으로 항상 인민의 삶과 안위를 염려해야 한다"며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 서기의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반영하듯 베이징시에서는 하층민 강제퇴거 작업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시내 한 야채 시장에서는 시장을 내일 폐쇄한다는 시장 관리소의 갑작스러운 방침에 상인들이 "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베이징시는 비(非)수도 기능을 베이징 밖으로 이전한다는 방침에 따라 도시정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내에 있는 25개 농수산물 시장을 올해 안에 폐쇄할 방침이다.
저소득층 거주지역 인근 월세는 강제퇴거 작업 후 너무나 올라 한 유치원이 저소득층에 대한 3개월 원비 면제 방침을 내걸었음에도, 인근 지역에 월세를 구한 서민들이 거의 없어 이러한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홍콩의 한 교회는 베이징시의 이 같은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시가 강제 퇴거당한 하층민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하층민 강제퇴거는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上海), 푸젠(福建),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등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이들 지역 정부는 앞다퉈 하층민 강제퇴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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