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마리 소규모 농가 오리도 살처분하라" AI저지 안간힘
충북 자진도태율 42% 그쳐…소규모 농가 감염 땐 피해 확산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5∼6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오리사육 농가도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 방역의 대상에 포함됐다.
해마다 겨울철만 되면 반복해서 발생하는 AI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초강경 저지책이다.
물론 살처분하는 소규모 농가의 오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값을 주고 사들인다.
이런 소규모 농가가 방역에 더 취약하고, 일단 AI가 발생하면 인근 대규모 오리농장으로 들불처럼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충북도 AI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도내 오리 사육농가는 155가구이다.
이들 농가가 사육하는 오리는 164만1천 마리에 달하지만 올 겨울은 사정이 다르다. 올해 처음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도입해서다. 지금은 25% 수준인 39개 농가에서 42만 마리만 키우고 있다.
휴지기 대상은 2차례 이상 AI가 발생한 농가와 반경 500m 안쪽에 있는 농가나 시설이 열악해 AI 발생 우려가 큰 농가다. 휴지기제 도입으로 오리 사육 농가간 거리가 이전보다 멀어지면서 AI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작아졌다.
문제는 마을 곳곳에서 오리를 몇 마리씩 키우는 소규모 농가다. 이들 농가에서 덜컥 AI가 발생하면 수만, 수십만 마리의 가금류를 키우는 농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징검다리 삼아 큰 하천을 건너듯 AI 바이러스가 소규모 농가를 디딤돌 삼아 퍼져나가면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소규모 농가에서는 AI 발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오리가 AI에 감염되더라도 주인이 이를 모를 수 있고 설령 몇 마리가 죽더라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땅에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100마리 이하의 오리를 키우는 도내 농가는 281가구이다. 사육두수는 총 1천922마리로 가구당 평균 6∼7마리다.
충북도는 이런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초동 진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 지난 10월부터 자진 도태를 유도하고 있다.
소규모 농가가 오리를 자진 도축하면 각 시·군이 마리당 1만1천원씩을 지급한다.
그러나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5일 기준 도내 59개 농가가 855마리의 오리를 자진 도축하면서 도태율이 42%에 머물고 있다.
충북도의 자진 도태 권고에도 사육농가는 "분변을 받아 내년 농사를 지어야 한다"거나 "몇 마리 살처분한다고 예방 효과가 있겠느냐"며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이런 소규모 농가라고 하더라도 오리에서 AI 의심 증상이 나타났는데 신고를 게을리하면 예외없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도 관계자는 "마을 이장들을 통해 소규모 농가의 자진 도태를 당부하고 있지만 소극적인게 사실"이라며 "AI 의심 증상을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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