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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산단 관련 배상 900억∼1천800억…하동군 최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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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산단 관련 배상 900억∼1천800억…하동군 최대위기
소송 패소로 1차 확정액 869억…추가 소송 패소시 900억 더 물어야
당초 예산 4천559억의 40%에 육박… 담당자 허위공문 등 행정 '난맥상'





(하동=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하동군의 성장동력으로 미래 희망이던 갈사만 조산산업단지 조성사업이 하동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근심거리로 전락했다.
허위 공문서를 이용한 담당자의 합의서 체결로 배상 책임을 군이 떠맡았고 이 때문에 소송에 져 900여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패소한 소송 외에도 갈사산단 관련한 다른 소송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마저 패소할 경우 채무금은 모두 1천7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군 당초 예산 4천559억원의 40%에 육박, 군정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군은 내년 안으로 일단 확정된 배상금을 조기 상환하기로 하고 공무원 봉급인상분 자진 반납 등 특단의 조처를 발표했다. 상당수 공무원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반영, 노골적으로 내색을 하진 않지만 불만스런 모습이다.
각종 공사에 따른 시설비 절감, 세출 조정 등으로 내년도 주요 군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현대제철 무산 이후 개발 바람 분 하동 갈사산단
갈사만 조선산업단지는 1997년 현대그룹이 갈사만에 현대제철소 건립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무산됐다.
2003년 하동군은 갈사만인 금남·금성면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2010년까지 철강관련산업, 조선, 선박용 발전부품 소재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2007년 하동군은 대우조선해양㈜ 등 8개 기업으로 구성된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 개발에 대한 투자협약을 맺고 본격 개발에 나섰다.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비롯한 안정개발㈜, 대경건설㈜, 삼성증권㈜ 등 7개 업체로 구성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008년 9월 개발계획 변경 승인으로 하동군이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함께 사업시행사로 지정됐다.
군과 개발사업단은 착공을 서둘렀지만 3년 후인 2010년 2월에야 첫삽을 떴다.



군과 개발사업단은 금성면 갈사리·가덕리 일원 해면부 317만4천㎡(96만평)과 육지부 243만9천㎡(74만평) 등 총 561만3천㎡(170만평)을 조성해 2016년 본격 가동할 계획이었다.
이곳에는 해양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조선소와 조선 기자재, 1차 납품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민간자본 1조5천588억원과 공공자금 382억원 등 1조5천97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이 무렵 세계 조선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주 절벽 및 조선업 구조조정 등 국내 조선업이 바닥을 치고 조선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면서 투자 여력이 없어지자 자금부족 등으로 2014년 2월 공사가 중단됐다.
◇ 소송 패소 대우에 869억 배상…진행중 다른 소송도 지면 900여억 더 배상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하동군과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갈사만 부지 66만㎡를 사들였으나 2014년 이후 공사가 중단되면서 예정된 날짜가 지나도록 부지나 계약금을 받지 못하자 2015년 하동군을 상대로 1천114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제45민사부 대우가 하동군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하동군은 대우조선해양에 84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 금액은 대우 측이 공사 과정에 연대보증에 따라 대위변제한 770억8천300만원(원리금)과 이미 발생한 지연손해금 70여억원을 합한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3월부터 이달 판결까지 이자 27억8천만원을 더해 1심 확정채무액은 총 869억원이다.
재판부는 앞으로 돈을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도록 했다.
하루 이자만 3천167만원씩으로 하동군이 1년 후 갚는다고 가정하면 이자만 125억7천만원으로 예상한다.
하동군은 확정채무금이 900여억원을 넘기지 않도록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
900여억원은 하동군의 내년 당초 예산 4천559억원의 19.74%에 달한다.
이를 위해 하동군은 대우가 원리금에 대한 가집행을 막으며 이자도 줄이려고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한 뒤 가집행을 유예해 주도록 대우조선해양 측과 협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갈사산단 조성공사 중단 이후 공사와 관련한 4건의 소송이 더 진행되고 있어 배상금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송 내용을 보면 갈사산단 시공사인 한신공영㈜이 하동군과 개발사업단을 상대로 지난해 1월 423억원을 요구하는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삼미건설㈜은 75억원, 대호산업㈜은 6억7천만원의 채무보증에 따른 피해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금성면 주민들의 어업권 피해 보상 청구소송 금액도 383억원(감정금액)에 달한다.
만약 이들 소송에도 모두 패소할 경우 918억원을 더 배상해야하는데 대우에 물어줘야할 금액을 합해 배상금만 1천787억원에 이른다.



◇ 담당자의 허위 공문서로 파산위기…전 군수·담당자 등 고발
하동군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건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조성사업을 담당한 하모 계장이 2012년 허위 공문서로 분양자 지위이전합의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개발사업단과 2010년 토지분양계약을 맺었으며 한신공영도 2012년 개발사업단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착공했다.
그러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대출이 필요하자 대우는 개발사업단을 신뢰하지 못하고 하동군에 분양자 지위이전 합의서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 하 계장은 재산관리관(당시 재무과장)과 협의하고 군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지방자치법을 어기고 '재산관리부서와 협의 결과 의회의결이 필요하지 않다'는 허위공문을 자신의 전결·대결로 만들어 대우에 보냈다.
분양자 지위이전 합의서로 인해 공동사업시행자로 행정적 지원 역할만 하던 하동군이 사업시행자로 이들 업체에 부지 제공과 배상 등 의무를 모두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는 분양계약금 110억원을 납부한 데 이어 PF 대출자금에 대해 연대보증을 해 하동군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주민의 어업손실 보상 역시 애초 주체가 시행사인 개발사업단이었으나 2012년 어업피해 보상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하동군이 보상의무자가 됐다.
특히 하 계장은 2013년 과장으로 진급한 뒤에 맡은 갈사산단 인근 대송산업단지 조성사업 과정에도 직권 남용 행위를 계속했다.
그는 대송산업개발㈜이 PF자금을 대출받기 위한 '미분양용지 매입확약 동의안'에 대한 의회의결을 받는 과정에 군수 결재도 없이 자신이 전결 처리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는 승인을 받은 후 사업계획안에 군수 결재를 받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
이와 함께 미분양부지 담보대출 후 하동군이 부담한 542억원 상당의 산업시설용지 소유권을 확보하려면 300억원이 많은 842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의회에 최대 542억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허위 보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담당과장의 허위보고로 군의회의 미분양부지 매입확약동의안이 승인됐고 한국투자증권이 대송산업개발에 1천810억원을 대출했다.
만약 갈사산단 처럼 소송에 휘말리면 패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동군과 군의회는 전 군수와 담당자, 개발사업단 전 대표이사 등 10여명을 배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하동군에 손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전 군수와 담당자 등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건물에 대해 가처분 조치했다.



◇ 봉급 인상분 반납·공사 조정해 조기상환…사업 차질 우려
하동군은 대우조선해양에 물어 줘야 할 869억원을 내년에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하동군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50억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내년 예산에서 400억원, 추경예산에서 채무상환용으로 300억원을 더 확보해 갚는다는 계획이다.
군은 각종 공사에 따른 시설비 등을 아끼고 공사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경비도 절감한다.
또 세출구조 조정 및 재원확보 등 조기 상환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이와함께 군수를 비롯한 간부 공무원 시책업무추진비를 감액하고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내년 봉급 인상분 1억여원을 자진 반납한다.
간부 공무원들은 법원 판결 이후 자동이체에 서명한 상태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연가보상비 등 수당 감액 등 특단의 조처도 마련했다.
공무원 상당수는 하동발전을 위한 사업이지만 직접 관련 없는 업무로 전체 공무원이 금전적 손해를 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스런 분위기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으로 외부로 드러내진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공무원노조는 봉급이 적은 하급 직원들은 수당 등 반납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제의했고 이들은 제외됐다.
시책업무추진비와 수당 등은 연간 2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하동군은 예상하고 있다.
천문학적 배상금 규모에 비해 하동군이 현재 내놓은 방안은 미약하기 짝이 없고 구체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많다.
shch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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