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포린폴리시 '올해의 사상가' 50인에 선정
"제대로 된 민주적 리더십 재건 위해 노력" 평가
'국정농단' 수습, 북핵·미사일 문제 대응 등 높이 평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올해의 사상가에 포함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올해 세상을 바꾼 사상가 중 한 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이 매체는 해마다 획기적 사상으로 세상을 바꾼 사상가 100인을 선정해왔으나 올해는 50인만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폴리시는 문 대통령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decent) 민주적 리더십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매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북핵 이슈 등을 언급하며 "5월에 취임한 문 대통령보다 이러한 난제들을 더 많이 다뤄본 지도자는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매체는 전임 정부를 망가뜨린 국정농단 문제와 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 북핵 문제 등을 문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난제로 설명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 포린 폴리시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유연성이 이미 결실을 맺었다"며 "원래 사드에 공개 반대했었으나, 인내심있는 외교 노력을 통해 한국의 방어 수단(사드)을 희생하지 않고 중국과 갈등을 봉합했다"고 말했다.
포린폴리시는 "40%를 조금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달 여론조사에서 7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며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은 한국에서 통합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은 투명성을 높여 '열린 정부'를 추구하는 동시에 금융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의 권한을 축소했다"고 전했다.
'퇴근 후에 시민과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태도가 박 전 대통령의 폐쇄적인 태도와 차이를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대북·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는 "평화를 향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평양(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워싱턴(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 비판자들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불안해 했기 때문에 "소심한 지도자(a lesser leader)였다면 대북 강경 어투로 그런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을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 입장을 견지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하고 "북한의 도발들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는 불가결하다는 그의 입장을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에 일어나는 것에 절대 반대하면서 미국의 어떠한 개입에도 거부권이 있음을 천명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하고 "이러한 입장에 미국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한국 내부에서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없는 동시에 한국도 핵무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주장을 들었다.
포린폴리시는 문 대통령이 평화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성장 배경을 언급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한 해 합격자가 100명도 안 되는 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했음에도 막강한 사회적 권한을 버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카운터파트'인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피란민 선친을 둔 문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정권을 상대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린폴리시가 문 대통령을 '올해의 사상가'로 선정했다는 소식에 주한 미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축하하기도 했다.
포린 폴리시는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 등을 들어 "2016년은 반동적 포퓰리즘의 물결이 세계를 휩쓸었다면, 2017년은 이를 되돌아보며 정산(reckoning)하는 해였다"고 규정했다. "새로운 질서가 뿌리를 박으면서 우리는 과거 오랫동안 유지해온 생각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새로운 현실에 대처해나갈 길을 찾아야 하는" 해였다는 뜻이다.
이런 취지에서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들에 정치인으로는 "좌·우 양편의 이념 선동가들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자유주의 제도와 국제주의를 지키는 중도의 반란"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제는 백악관을 떠났지만, 올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중의 하나"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당에 희망으로 떠오른 유일한 흑인 여성 상원의원"인 카말라 해리스, 지난 6월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의 부활을 이끈 제레미 코빈 당수,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공개 도전한 필리핀의 상원의원 데일라 레 리마 등이 포함됐다.
여성에 대한 억압 체제가 여전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담한 여성 인권 영화를 만든 여성 영화감독 로야 사다트, 마침내 여성의 자동차 운전권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마날 알-샤리프 등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 세계의 난민 위기를 다룬 기록영화를 만든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 북한에 대한 통찰력있고 냉철한 분석을 제공하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브라질의 부패와의 전쟁에 앞장선 세르지우 모루 판사, 유전자 편집을 통해 유전질환과 싸움에서 새로운 희망을 안긴 앤서니 아탈라 박사 등도 올해의 세계의 사상가에 포함됐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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