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상품권법 공청회…'법 부활' 총론 공감속 각론 이견
시민단체 "소비자 보호 강화", 학계 "과도 규제는 손봐야"
정무위 법안 3건 계류 중…"현 시점 통과 불가"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가 상품권의 음성적 거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는 온도차를 보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5명을 초청해 상품권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정무위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같은 당 이학영,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품권법 3건이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청회에서 1999년 상품권 규제 폐지 이후 약 20년간 상품권 산업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소비자 피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으로 있는 김숙희 변호사는 "상품권법 폐지 이후 상품권 시장이 불투명해지고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며 "관련 소비자 피해가 증가함에도 보호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상품권은 화폐발행량의 70%에 달하지만, 통화량에 집계되지 않은 유령화폐로 존재하고 있다"며 "무기명 유가증권인 탓에 부정부패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만큼 법 제정을 통해 상품권의 음성적 거래를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연평균 약 2천여 건의 상품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 규제로는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이 미흡해 소비자가 피해에 노출돼 있다"며 "기업의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사라져버린 상품권법을 살려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품권법은 소비자 보호의 목적하에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수소비 촉진,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에 소비자 보호라는 중요한 입법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국회에 발의된 상품권법의 입법 취지는 건전한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과 이용자 권익 보호에 있다"며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실장은 "법안 내용을 보면 몇 가지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다"며 "특히 상품권 발행신고를 강제했을 때 이는 이용자들에게 행정당국의 공신력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발행사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신고를 의무화하면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고, 일부 소규모 발행사에는 상당한 업무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상일 인천대 법대 교수도 "상품권 규율에 필요한 통합법 제정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 "다만 상품권 발행과 유통 규모 축소로 경제성장의 장애요소가 되지 않도록 법률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상품권 이용이 확대되고 있는 중소 온라인쇼핑업체, 소상공인·농수축산물 시장과 관련해서는 입법작업 시 세심한 고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오히려 소비자 권익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 시행안의 내용은 소비자 보호의 본래 취지보다는 상품권 발행자에 비정상적인 금전적, 비금전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진다. 현 시점에서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입법은 헌법에 근거하고 있는 시장경제 원리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 법은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추후 깊이 있는 논의와 문제점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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