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타주민 수천명, 트럼프의 자연유산 홀대에 항의시위
베어스이어스 등 국립기념물 지정해제 성토…포카혼타스 논란도 맞물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유타 주의 유명한 자연유산인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
자연이 빚어낸 거대 암석 단층 형태의 베어스 이어스는 과거 민주당 행정부에서 국립기념물로 지정됐다. 사진작가들이 열광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의 검토를 거쳐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과 스테어케이스-에스컬렌트 등 유타 주에 있는 두 곳의 국립기념물 부지 중 상당부분을 기념물에서 지정 해제할 방침이다.
이에 유타주 주민 수천 명이 3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시티에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자연유산 홀대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여기는 트럼프 당신의 땅이 아니다', '원주민을 존중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했다.
이번 시위에는 나바호족 원주민들도 대거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 대륙 원주민 나바호족 출신 '코드 토커' 참전용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로 지칭해 논란을 빚은 일도 시위대의 분노를 촉발하는 데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눈엣가시이자 정적인 워런 의원을 겨냥하기 위해 원주민 추장의 딸인 포카혼타스까지 끌어들인 것을 두고 도를 지나쳤다는 비난이 일었다.
나바호 원주민들은 애리조나 주 북동부와 유타 주 남동부 보호구역 내에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원주민 보호구역인 나바호 네이션의 에셀 브랜치 법무장관은 "대통령이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이곳 베어스 이어스를 먼저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주의원 패트리스 어렌트는 "자연유산의 파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유산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어스 이어스 국립공원 부지 중 거의 85%, 스테어케이스-에스컬렌트의 절반을 기념물에서 지정 해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연유산 지정 해제 방침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흔적 지우기'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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